24일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25.7%를 기록했다. 이는 각당의 예상치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주민투표는 찬반이 아닌 투표 참여와 불참의 구도로 치러진 투표라는 점에서 투표율은 곧 서울시의 무상급식안에 대한 찬성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20%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25%를 넘겼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5% 이상의 보수층이 평일에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매우 저조할 것으로 전망됐던 주민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던지며 보인 '눈물의 호소'가 투표를 망설이던 소극적인 보수층과 40~50대 주부층을 중심으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오 시장의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 연계 발언' 이후 부모에게서 투표 참여를 권유받았다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민투표율을 끌어올린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벨트(강남 · 서초 · 송파)'였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36.2%를 기록한 서초구였다. 서초는 최근 반포지역 아파트 건설로 보수 성향의 주민들이 대거 입주했다. 전통적 부자 지역인 강남도 35.4%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이 두 지역은 25개 자치구 중 주민투표가 성립되는 투표율 33.3%를 넘겼다. 송파구는 30.6%를 기록했다.

또 다른 특징은 투표율이 작년 6 · 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판세보다 지역 아파트값 순위와 유사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아파트값의 등락에 따라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결정된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다. 강남벨트와 국제업무지구 ·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한 용산,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동구가 투표율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금천 · 관악 등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은 투표율이 저조했다. 가장 낮은 지역은 금천구로 20.2%의 유권자만이 투표장을 찾았다. 관악구도 20.3%를 기록해 평균 투표율을 까먹었다. 강북(21.7%) 은평(22.6%) 중랑(23.1%) 마포(23.3%) 구로(23.5%) 성북(23.6%)도 투표율이 낮았다. 투표율이 낮은 지역은 아파트값도 상대적으로 싼 지역이다.

강남벨트를 제외하고 작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후보를 구청장으로 당선시킨 중랑구는 이번 주민투표에선 25개 자치구 중에서 21위를 달리는 데 그쳤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지지율이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더 높았던 곳은 강남벨트를 비롯해 강동(27.6%) 용산(26.8%) 영등포(25.1%) 양천(26.3%) 중구(25.4%) 등이었는데 이 중 영등포와 중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평균 투표율을 웃돌아 이번에도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구동회/김재후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