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은 24일 6자회담을 무조건 재개한다는 북 · 러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와 함께 회담 과정에서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 중단(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은 비핵화 사전 조치로 보기 어렵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개발 중단,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날 북 · 러 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이 조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당국자도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의 잠정 중단을 사전조치의 일환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거론했던 내용이다. 결국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 정도로는 한 · 미 · 일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며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비핵화 사전조치의 핵심인 UEP 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WMD 실험의 잠정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은 한 · 미를 6자회담장으로 유인하려는 의도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도발 등을 하지 않을 테니 6자회담을 하자는 뜻"이라며 "이는 한마디로 '꼼수'"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잠정'이라는 전제를 붙였다는 것은 언제든지 수가 틀리면 도발할 수 있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때문에 6자회담 재개까지는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아직 회담의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공식 발표와 러시아 정부의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조만간 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WMD 실험의 잠정중단을 언급한 것은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만큼,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