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의 힘이 센 곤충의 대명사는 장수하늘소다. 짝짓기 철이 되면 암컷 한 마리를 두고 경쟁하는 수컷들이 턱으로 몸통을 잘라 죽이는 살벌한 싸움이 벌어진다. 학명은 생김새만큼 우아하고 점잖다. '예쁜 수염의 주인공이자 고대의 유물'이란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된 때는 1930년.채집 사례가 많지 않은 희귀 곤충이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어른벌레는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애벌레는 목질부를 파먹는 해충이다.

《조복성 곤충기》는 이런 흥미진진한 곤충 얘기가 담긴 우리나라 최초의 곤충기다. 조복성 박사가 1948년 《곤충기》란 이름으로 처음 펴냈다. 조 박사는 '한국 곤충학의 뿌리'이자 '한국 자연과학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로 평가되는 자연과학자.일생을 우리 땅의 곤충을 연구한 그는 토종 곤충 6종에 학명을 붙였다.

조흰뱀눈나비,황금박쥐 또는 붉은박쥐로 불리는 조복성박쥐 등 4종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또 일제 강점기 토종 곤충에 순우리말 이름을 찾아주는 일도 했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곤충 이름의 상당수가 이때 만들어졌다.

이 책에 소개된 우리 곤충은 서른여덟 종류.번식을 위해서라면 교미를 끝낸 수컷도 잡아먹는 사마귀,'지구 최초의 원자폭탄 제조자' 방구벌레,모성애가 지나쳐 다른 곤충의 알까지 정성껏 돌보는 못뽑이 집게벌레의 웃지 못할 이야기 등이다. 후반부에 '나의 곤충채집 여행 이야기'란 제목으로 조 박사가 곤충채집하던 시절의 모습을 흑백사진과 함께 실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