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사진)은 '경영관리의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거대 기업의 실질적인 2인자로서 운영 및 구매업무를 총괄하면서 내공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컴팩에서 전무로 일하다가 1998년 3월 애플에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애플로 옮겨오자마자 부품조달-생산 방식에 대수술을 가했다. 먼저 부품업체들을 애플 제품 조립공장에 가깝게 이동시키고 외주 생산을 대폭 확대했다. 동시에 부품 거래처를 줄이고 제품 조립처를 중국 공장으로 일원화해 당시 70일치가 넘게 쌓여 있던 애플의 재고를 2년 만에 10일 이하로 줄였다.

쿡이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4년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로 자리를 비웠을 때다. 이후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 잡스가 간이식 수술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아이폰 OS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아이폰 3GS를 출시했다. 올해 초 다시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냈을 때도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잡스가 복귀한 직후인 지난 6월 발표한 아이팟,맥북,맥 OS 등은 팀 쿡 체제하에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쿡의 경영능력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업계는 오래전부터 그를 차기 CEO로 여겨왔다"고 전했다.

쿡은 잡스와 달리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잡스의 독설적이고 변덕스러운 성질과 비교하면 쿡은 남부의 신사처럼 정중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대에 직접 나서 신제품을 설명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아온 잡스의 스타일과는 대조적이라는 얘기다.

쿡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내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며,일처리만큼은 완벽하고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부품 조달을 위해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애플 직원들도 그가 방한할 때마다 긴장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잡스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카리스마도 상당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CNN머니에 따르면 과거 쿡이 내부 임원회의에서 아시아 시장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누군가 중국에 가줘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쿡이 갑자기 한 임원을 돌아보며 "왜 아직까지 여기 있지?"라고 했고 그는 곧장 짐을 쌌다는 후문이다.

개인적인 면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1960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나 올해 50세가 됐지만 아직까지 결혼은 하지 않았다. 오전 4시30분이면 일을 시작하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일요일 저녁에 전화통을 붙들고 주간회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이클과 하이킹을 좋아하고 매일 새벽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고 한다. 1982년 앨라배마주의 오번대에서 공학엔지니어링을 전공했고 1988년 남부의 명문인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애플에 들어오기 전에는 12년간 IBM의 PC 부문에서 일했고 그 후에는 PC 제조업체인 컴팩에서 전무를 지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