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기가헤르츠) 주파수 입찰가가 8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과열로 치닫고 있다. 현재 같은 추세라면 최종 낙찰가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통신업계가 우려했던대로 낙찰을 받은 업체가 오히려 높은 가격 부담으로 인해 차세대 통신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승자의 저주'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방통위의 판단 착오

지난 17일 시초가 4455억원으로 시작된 1.8㎓ 주파수 경매에는 SK텔레콤과 KT 두 회사가 참여했다. 2.1㎓를 단독 입찰해 4455억원이라는 최저가에 받은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퇴장했다.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을 위해 주파수가 절실하게 필요한 SK텔레콤과 KT는 17일부터 25일까지 이레 동안 총 71회 입찰 가격을 제시하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매에 참여한 두 업체는 이전에 제시한 가격보다 1~3% 높은 가격을 써냈다. 두 회사가 나란히 1%씩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경매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경매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해 입찰가격은 8941억원 까지 치솟았다.

처음 실시되는 이번 경매를 앞두고 업계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다. 어느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 계속되는 이런 경매 방식이 극단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가 당초 주파수 적정 가격을 산정한 액수는 6000억원대.하지만 그 액수를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낙찰될 것을 예상했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관리국장은 경매가 실시되기 전 "아무리 과열되더라도 8000억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매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격이 치솟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파수 경매를 걱정스런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담은 소비자 몫?

문제는 방통위의 판단 착오로 엉뚱하게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통신업체들로서는 높아진 주파수 가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가 올 들어 힘들게 SK텔레콤과 KT의 통신요금 기본료를 1000원씩 인하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방통위는 주파수 경매 대금으로 받은 돈을 방송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에 할당되는 금액은 주파수 경매 대금의 45%에 불과하다. 55%는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사용된다. 원래 주파수 할당 대가는 과거 정보통신부가 모두 운용했지만 정통부 해체 이후 기금의 운용 주체가 지경부로 바뀌어 지금처럼 주파수 할당 비용을 나누게 된 것이다.

지경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주로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체의 연구 개발 비용으로 사용된다. 주파수 대금은 통신사가 내고 혜택은 다른 곳에 돌아가는 셈이다. 통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동시오름 입찰 방식을 택했던 유럽에서 경매과열로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여력이 크게 줄었던 사례가 있었는데,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