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국회의원이 된 후로는 주식을 정리했고 예전처럼 주가에 대해 관심을 두지는 않아왔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이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이고 보니 관심이 일어 오랜만에 주가 그래프를 들여다봤다. 살펴보니 8월 초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었다가 3주 사이에 장중 1700선을 깬 적도 있고,어떤 날은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오르내리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주가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었다.

고점에서 최근의 저점까지는 20% 이상 빠진 걸로 볼 수 있다. 개인의 재산이 한 달도 못 되는 기간에 20%가 날아간다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물며 우리나라 시가총액의 20%가 사라졌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변화는 강하게 시작한다'는 법칙 때문이다. 필자는 예전에 주식을 연구하면서 '파동원리'라는 나름의 이론을 개발했다. '추세'라는 것은 상승이나 하락하는 방향을 의미하고 '파동'은 이러한 상승과 하락의 추세들이 이어져서 만들어내는 곡선을 말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추세의 전환은 항상 강하게 시작했다. 하락하다가 상승 추세로 바뀔 때도 그렇고 상승하다가 하락 추세로 전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8월의 장세가 심각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변화는 강하게 시작하기에 그만큼 우려가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년간 제로금리를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 2년간 불황이 계속될 것임을 미국 정부가 선언한 것과 같다. 금리는 경기의 바로미터이고,기준금리는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이다. 금리 인상을 2년간 미리 포기한다는 것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정도의 경기침체를 우려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조치다.

변화의 시작이 강하다는 것은 비단 경제 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의 정치적,역사적인 상황 또한 같은 이론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하루아침에 왕정이 몰락하고 공화정이 시작됐다. 대혁명 전의 강력한 절대왕정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베를린 장벽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독일 통일뿐 아니라 새로운 유럽의 탄생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요즈음 우리는 이집트와 리비아 같은 철권통치 국가의 정권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뉴스를 접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바라크나 카다피의 퇴진을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추세 변화의 시작은 강력하며,강할수록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예고한다. 이것을 모르면 변화를 변화로 느끼지 못하고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시대를 역행하게 된다.

아마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닥쳐올지 모른다. 추세의 변화는 원래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강도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