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국내에서 암약하면서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벌인 지하당 세력이 검찰에 적발됐다. 조직원 가운데 일부는 정치권 상층부까지 진입해 진보 정당들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간첩,특수잠입 등 혐의로 지하당 '왕재산' 총책 김모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1980년대 주사파로 활동했던 김씨는 김일성 사망 1년 전인 1993년 8월 김일성과 직접 면담해 '남조선 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명령을 하달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남한 내 테러,기밀수집 등 역할을 하는 북한 노동국 225국으로부터 '관덕봉'이라는 대호명(비밀공작활동에서 사용하는 고유명칭)까지 부여받았다. 이후 학교 선후배 등을 포섭해 2001년 3월 '왕재산'을 구축해 활동에 들어갔다. 왕재산은 서울 · 인천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정치권 동향과 용산 · 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 군사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제공했다.

김씨 등은 북한체제 선전 목적의 벤처기업 3개를 설립해 시장 조사 등을 빙자하며 59회에 걸쳐 중국 등을 출입하며 225국과 접선했다. 이 가운데 한 주차관리시스템 업체는 연간 매출이 22억여원으로 간첩활동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조직원 가운데 이모씨는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역임하고 국회의원 출마까지 시도하는 등 정치권 상층부까지 침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지난 4월 재 · 보궐선거시에는 진보대통합 건설을 추진키도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