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5일 펴낸 건설업종 분석보고서에서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한 대형 건설사를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리비아 사태가 해결되면서 중동지역 수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싱가포르에서 호텔 등 레저복합단지를 7000억원에 수주하는 등 해외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이 건설회사를 매수할 것을 조언했다.

해외 수주가 늘어나면 매출이 증가한다. 바닥을 헤매는 국내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해외 수주는 건설사에 도움이 된다. 이런 상식적인 수준에서 애널리스트들은 해외수주가 예상되는 건설사에 대해선 '매수'를 외친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실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시각은 다르다.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수주에 나서다보니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동 동남아 등의 대형 토목 · 건축공사를 놓고 어김없이 국내 건설회사들 간의 수주 경쟁이 과열로 흐르며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추천의 근거로 삼은 싱가포르 레저복합단지 수주도 마찬가지다. 당시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했던 기업 관계자들은 "수지를 맞추려면 최소 1조원은 받아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가 3000억원이나 싸게 수주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 공사를 수주한 회사는 나름대로 타산이 맞아 공사를 따냈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는 저가 해외수주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저가 수주할 경우 매출은 늘어나지만 수익성은 악화된다.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증권사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의 경고라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달 들어 발표된 20여건의 건설산업 관련 증권사 보고서 중 해외 저가 수주 리스크로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리포트는 하나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투자자들은 증권사 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은 리스크를 스스로 찾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소리높여 매수를 외치다 주가가 빠지면 아무 책임도 지지않는 증권사들의 행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애널리스트가 아쉽다.

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