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퇴임' 반사이익…IT株 모멘텀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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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6%·삼성 2% 상승…전기전자 업종지수도 올라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늘고…경쟁사 반도체 감산도 수혜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늘고…경쟁사 반도체 감산도 수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주가 일제히 올랐다.
잡스가 물러난다고 해서 애플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IT 업황이 갑자기 살아나는 건 아니지만,냉각된 IT주 투자심리를 풀어주며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잡스 퇴임 효과' 보긴 봤는데…
25일 코스피지수는 9.80포인트(0.56%) 상승한 1764.58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오름세는 IT주가 견인했다. 장 시작 직전 잡스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종 내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전 세계 주요국 법원에서 애플과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1만7000원(2.40%) 오른 72만5000원으로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LG전자(1.27%) 하이닉스(6.46%) 등 IT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6187.85로 끝나 132.97포인트(2.20%) 올랐다.
대만 증시에서도 잡스의 사임은 위력을 발휘했다. 스마트폰 분야의 애플 경쟁사인 HTC가 이날 1.35% 상승했다. 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은 6.95%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사임으로 애플의 공세에 고전 중인 국내사들이 한숨 돌릴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IT주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새 CEO로 내정된 팀 쿡은 잡스보다는 개방적인 성격이라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IT주에 본격적으로 '햇볕' 들까?
그러나 잡스가 물러난다고 애플의 공격적인 특허정책이나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 등이 국내 IT업계에 우호적인 쪽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갈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잡스의 사임만으로 IT주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내 IT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부정적이다.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이 가장 큰 악재다. 미국 2위 PC 메이커인 델이 최근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9%에서 1~5%로 낮춘 것은 미국 내 IT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안 좋을 것이고,4분기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펀드매니저들도 이런 두려움 때문에 IT주를 내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은 지난 11일 이후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을 6453억원 순매도했다.
◆"상승 모멘텀을 활용하라"
전반적인 상황은 안 좋지만 IT주 상승을 견인할 재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던 애플과의 글로벌 소송전은 네덜란드 법원이 애플이 제기한 10개 소송 가운데 1개만 특허 침해로 인정해 삼성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본과 대만 반도체 업체의 감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 엘피다와 미팅을 가진 김 연구원은 "엘피다는 9~10월에도 반도체 수요에 회복 조짐이 없을 경우 감산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10월 중순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매각이나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투자 확대도 IT주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며 "반등 모멘텀이 생길 때를 예측해 미리 투자에 나서거나,이를 보유 종목의 환매 타이밍으로 활용하는 식의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