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26일 스티브 잡스의 애플 CEO 사임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애플의 경쟁력이 흔들릴 가능성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 CEO 사임은 국내 IT업계에 상징적으로, 표면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임에 틀림없다"며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과 치열한 각축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00만대로 거의 유사했다. 하반기에 애플은 아이폰5를, 삼성전자는 갤럭시S2 후속작 셀록스(가칭)를 출시할 계획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스티브 잡스가 사임한다고 해서 단시일 내에 애플의 경쟁력이 흔들릴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신제품 출시와 함께 애플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임 CEO인 팀 쿡은 그 동안 COO로서 애플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혁신하고,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되는 높은 수익성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고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 제품들은 거의 10년 전부터 준비되어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팀 쿡은 특히 공급망 관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그는 100개가 넘는 공급 업체를 20여개로 줄이고, 재고는 70일에서 10일 이하로 대폭 감소시키는 등 애플의 제조 유통 공급 체계를 합리적으로 체계화시켜 왔다"고 전했다. 또한 51개국에 걸친 통신사들과의 협상 판매 운영까지 담당해 온 그는 한 마디로 ‘관리의 천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팀 쿡은 고가 정책과 비용 통제를 동시에 실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애플의 높은 수익성을 이끌어왔다. 그는 몇 차례 스티브 잡스의 병가 시에도 성공적으로 주요 신제품 출시를 진두 지휘하는 등 스티브 잡스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왔다. 팀 쿡이 새로운 CEO로서 애플을 누구보다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게 송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스티브 잡스의 공백에 따른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팀 쿡은 훌륭한 경영자임에 틀림없으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조성과 탁월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팀 쿡과 같은 뛰어난 경영자는 애플 밖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제 2의 스티브 잡스를 애플 밖에서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은 애플 컴퓨터에서 시작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고스란히 이어져 왔다. 중요한 점은 그가 관리를 잘하는 CEO가 아니라 엔지니어, 디자이너들과 함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진두 지휘해 온 CEO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향후 2~3년 이후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공백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겪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혁신적 디자인을 이끌어 온 조나단 아이브의 거취를 향후 최대 변수로 꼽았다. 1998년에 애플이 내놓은 반투명한 아이맥을 시작으로 애플의 창조적인 디자인 혁명을 이끌어 온 조나단 아이브는 올해 3년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영국으로 다시 돌아갈 의사를 표명해왔다. 특히 그는 지난 15년 동안 혁신적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스티브 잡스와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경쟁사들과 진행중인 애플의 소송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CEO인 팀 쿡은 특히 경영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현재 애플이 스마트폰 경쟁사들과 진행중인 특허 소송들은 점차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애플의 특허 소송에는 스티브 잡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8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 판결에서 애플이 문제 삼은 10개의 특허 중 9개는 ‘특허 비침해’로 판결돼 사실상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CEO 팀 쿡의 진두 지휘 하에,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 업체들에 대한 공급망 관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주요 공급 업체들에 대한 신제품 출시 일정에 맞는 적시 부품 공급 여부,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 확보 여부, 주요 부품의 수율 문제 발생 여부, 규모의 경제와 효율적인 공급 체계 등은 스티브 잡스가 CEO일 때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런 부문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의 수혜를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