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식업 경영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구제역으로 가축이 몰살당해 육류가격이 치솟아 가뜩이나 힘든 외식업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걸핏하면 쏟아지는 폭우 탓에 야채가격도 폭등해 음식의 원재료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이젠 '1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샐러리맨들의 푸념도 나온다.

소비자에게 가격이란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이는 자영업자도 상품가격을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격이 20% 오르면 가게를 찾는 손님도 20% 정도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는 인근 경쟁점포의 가격변동 여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할 수 없이 내 점포의 가격만 오르면 고객은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경쟁점포로 발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뒤편 먹자골목 한켠에 고깃집이 나란히 있다. 하나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취급하는 정육식당이며,다른 하나는 돼지갈비 전문점이다. 두 가게 사이에 '종로상회'라는 생고깃집이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150g당 5900원에 판매하는 저가형 돼지고깃집이다. 새 점포가 문을 여니 '오픈발'이 붙어 손님이 몰려와 대박을 냈다.

양쪽 고깃집에서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구제역 여파로 국내산 돼지고기값이 폭등하자 종로상회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마침내 1000원을 올리자 손님들은 양옆 경쟁점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처럼 고객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종로상회 점주도 물론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치솟는 원가를 감내하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주력상품 가격을 원위치할 수 없는 이상 대응전략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선 한 접시 3000원 하는 계란찜을 원하는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미역냉국도 서비스로 내왔다. 1000원 이상의 만족을 주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러자 떠난 손님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격 인상은 반드시 대응전략을 마련한 다음에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례다.


신금순 한국소상공인개발원장(창업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