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스티브 잡스, 두 남자의 '퇴장' 선언에 희비가 갈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이달 1일 서울특별시 의회의 전면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 발의에 대해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또 오 시장이 내건 소득 수준에 따른 단계적 무상급식에 대해 '밥그릇'을 놓고 아이들 편 나누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일부 시민들은 '나쁜 투표' '투표 거부'를 주장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한 진심이 왜곡된 것 같다"며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민투표 사흘 전에는 유효투표율 33.3%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결국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유효투표율 33.3%를 달성하지 못해 투표함 개봉조차 못했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에 따라 26일 시장직을 사퇴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가 결정된 날,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6)의 사임 소식은 '애플' 팬들의 아쉬운 탄식을 낳았다. 한 네티즌은 오 시장의 '씁쓸한 퇴장'과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퇴장'이 극적인 대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애플 CEO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이사회에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말해왔으며 불행하게도 그날이 왔다" 면서 "나는 새로운 역할을 통해 애플의 성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잡스는 사임 사유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으나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간 췌장암 수술, 간 이식 등 연이은 건강 악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남성의 '퇴장'에 한 트위터 이용자는 "주민투표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각 계파간의 책임 공방전이 이뤄졌는데, 설전 끝에 모든 책임을 지고 스티브 잡스가 사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한경닷컴 유원 기자 u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