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 결국 오는 29일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소액주주들로부터 전기요금 현실화를 못시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식물사장이 돼버린 처지이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더 일할 맛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LG전자 부회장을 지낸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통제해도 아무 소리도 할 수 없는 지금 같은 공기업 규제에 뼈저린 한계를 절감했을 게 분명하다.

개혁의 전도사라고 불렸던 김 사장의 쓸쓸한 퇴진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는 취임 이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체질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고 성과도 적지않았다. 한방에 끝내자는 주먹밥식 사고, 노(No)없는 긍정적인 마인드 등으로 개혁정신을 일깨우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인사시스템도 능력위주로 뜯어고쳤다. 그렇지만 적자는 막을 수 없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원가에 훨씬 못미치는 요금으로는 수익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4.9% 올랐지만 원가회수율은 86.1%에서 90.3%로 개선됐을 뿐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구조다.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6조원을 넘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전의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낸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김 사장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도 명백하다. 김 사장이 앞으로 소액주주와의 소송에서 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볼 만할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계속 통제하겠다면 적자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않든지 민영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같이 한전의 원가를 규제하는 구조로는 설사 잭 웰치가 온다 한들 적자경영을 면키 어렵다. 소위 민영화를 한답시고 증시에 상장시킨 것도 결국 코미디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