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 앞에 예상치 않은 시험지가 놓였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내년 총선까지 큰 선거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야권 통합과 향후 대선 행보 전략을 짰던 손 대표로서는 돌발 변수다.

보선이 총선 전초전인 점을 감안하면 10월 선거는 손 대표가 당내 대권가도에서 넘어야 할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다. 승리하면 지지율 상승과 12월 전당대회 및 총선 공천에서 영향력 확대라는 전과를 올릴 수 있다. 대권 행보도 한층 가벼워질 수 있다.

반면 패배 시에는 지도부 책임론 부상과 함께 쇄신 차원에서 조기 전당대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손 대표 측이 말을 아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보선에 앞서 손 대표는 3단계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내 예비 주자들의 교통정리다. 천정배 최고위원이 사실상 19대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쳤고 추미애 박영선 의원 등 현재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검토 중인 의원들도 막판에 '배지'를 던지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어느 쪽에서도 '룰' 시비를 걸 수 없는 경선 방식을 찾아야 한다.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완전경선 방식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명숙 전 총리의 경선 참여 여부가 관건이다. 한 총리는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단일후보로 사실상 추대됐다. 본선 경쟁력이라는 두 번째 난제를 풀어야 하는 손 대표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도 과제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출마로 한 전 총리가 오세훈 시장에게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후보 단일화는 야권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