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3차 양적완화 시행 여부 결정을 미룬 데 대해 시장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망스럽다"는 분석이 돌았지만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지수는 버냉키 의장 발언이 전해진 직후 전일 대비 1.58% 떨어졌지만 10여분 만에 낙폭이 1% 미만으로 줄었고 곧이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장중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44% 오른 11154.66을 기록했고,나스닥지수도 1.28% 상승한 2450.64에 이르렀다. 유럽증시 역시 한때 주가가 3%가까이 빠지며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곧 낙폭이 크게 줄었다. 장 후반 영국 FTSE100 지수는 0.28%,독일 닥스지수는 0.28%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Fed가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 실시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버냉키 의장이 '미국경제가 회복 중'이란 발언에 중점을 뒀다"며 "이에 따라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조영 앤스롭제이드릴 헤지펀드 대표도 "양적완화 시행 여부를 미룬 것은 Fed가 더블딥으로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였다"고 해석했다.

유가도 하락세를 보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0.60% 떨어진 배럴당 84.81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값은 강세를 보여 전일 대비 0.86% 오른 온스(28.34g)당 1778.0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전일 대비 0.12% 떨어졌다.

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냉키가 Fed의 경기부양 액션을 넌지시 알린 게 효과를 봤다"고 평했다. 진 맥길리언 트래디션에너지 연구원은 "버냉키 발언 이후에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곤두박질 치지 않고 시장은 조용했다"며 "이미 버냉키 발언 내용이 시장가격에 반영됐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