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마쳤으면 얼른 게임 안 하고 뭐하니?"

초등학생들이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어할 법한 이 말이 실현될 날이 올까. 소셜게임 분야 스타트업 기업인 엔텔리전트(대표 정재범(왼쪽) · 정휘영(오른쪽))의 게임이 출시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엔텔리전트는 심리학 분야 석학들과 게임업계 고수들이 설립한 회사로 인지능력,언어능력 등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뉴로 스마트'게임을 표방한다. 고려대 심리학 박사 출신의 정재범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국내 인지정서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최문기 프랑스 리옹대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있다. 여기에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와 박문호 교수,의대 박건호 교수와 편성범 교수 등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도 포진하고 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정휘영 대표는 토종 게임의 수출 시장을 뚫은 주역 중 한 사람이다. 2002년부터 3년간 그라비티의 경영을 맡아 이 회사의 주력 게임 '라그나로크'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정 대표 외에 국내 주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자들이 참여했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은 한마디로 '게임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 검사측정 프로그램을 게임화해 지루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반복성을 통해 기억력과 주의능력,실행력,정서 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게임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진로 지도,학습 지도 등에 활용하고 장년층은 치매 여부를 측정해 예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재범 대표는 "닌텐도DS 등 두뇌 강화를 표방한 게임들은 지금도 있다"며 "하지만 재미삼아 뇌연령을 측정해주는 수준인 데다 반복하면 몇 십분 만에 뇌연령을 크게 낮추는 등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능성 게임들이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게임은 '측정'과 '교육'에 가깝다는 게 그의 얘기다.

엔텔리전트는 지난 2년간 서울지역 초등학생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게임을 통해 나타난 학생들의 수리능력, 언어능력 수준이 관련 과목 성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게 정재범 대표의 설명이다. 내년 초 베타테스트를 거쳐 6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게임과 피드백은 무료지만 보다 정확한 분석 결과를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는 유료로 정보를 제공한다. 그는 병원에서 25만원 안팎의 돈을 들여 하는 인지기능검사(MMSE)와 비슷한 수준인 만큼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임 사용 데이터베이스(DB)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수천,수만여명이 게임에 참여할 경우 풍부한 연령대별 · 국적별 심층 심리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의료 분야나 공공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재범 대표는 "독특한 사업 아이템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징가처럼 세계적인 소셜게임업체로 커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엔텔리전트는 자본금 1억5000만원,직원 15명으로 2008년 설립됐다. 지분의 70%를 임직원들이,30%는 최근 투자한 미국 하버퍼시픽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다.


◆ 뉴로 스마트 게임

neuro-smart game. 게임에 뇌과학을 접목한 두뇌 트레이닝 게임을 말한다. 병원 등에서 활용되는 심리검사,인지능력 측정 프로그램을 PC게임이나 퍼즐 형식으로 만들어 이용자의 두뇌능력을 측정하고 결과를 분석한다. 최근 뉴로 마케팅,뉴로 테라피 등 뇌과학이 각종 산업 분야와 접목되면서 게임 분야에서도 개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