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객만 봉?…은행들 "대출 수요 줄이려면 금리 올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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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대출금리 오른다 -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데…
주택대출 0.2%P·신용대출 0.5%P 올릴 듯
정부 압박에 금리 왜곡…은행 수익만 늘려
주택대출 0.2%P·신용대출 0.5%P 올릴 듯
정부 압박에 금리 왜곡…은행 수익만 늘려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해주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많이 주면 대출금리를 많이 받고,예금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은행들은 내달 1일부터 예금금리를 낮추는 대신 대출금리만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억제하라고 은행을 압박해 나타난 현상이다.
◆예금금리↓,대출금리↑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인 예금금리는 최근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연 4.2~4.3%까지 줬지만,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자 예금금리를 0.1~0.3%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고시된 주요 은행들(지방 · 특수은행 제외)의 1년 정기예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국민은행의 e-파워정기예금(연 4.1%) 정도다. 나머지는 대개 연 3%대 예금금리를 주고 있다. 외환은행의 YES큰기쁨예금은 3.2%,신한은행의 민트정기예금은 3.1%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예금금리는 당분간 하락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가 떨어졌는 데도 내달부터 대출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금리 인상 대상이다. 9월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0.1~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이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벌써부터 인상분을 반영한 곳도 나오고 있다.
◆은행은 예대마진 증가
예금금리는 적게 주고 대출금리를 많이 받으면 은행의 수익성은 좋아진다.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마진율(대출이자율에서 예금이자율을 뺀 수치)은 지난 4월 2.02%포인트에서 5월 2.09%포인트,6월 2.10%포인트로 늘어나는 추세(한국은행 통계)였다. 은행권에선 7,8월 예대마진율이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들의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은 현대건설 매각차익 때문에 전 분기보다 9000억원 늘어난 5조4000억원에 달했다.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호재가 없는 3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개입으로 시장왜곡
돈을 빌려쓴 가계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경성 씨(35)는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내달 중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지점장 전결금리가 없어지고 대출금리마저 오르게 되면 7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를 0.5%포인트 더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억원을 빌리면 이자를 전보다 100만원 더 내야 한다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라고 하니까 대출금리 결정에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누구는 대출을 해 주고,누구는 안 해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도 "서민이 느끼는 은행 문턱이 상당히 높아져야 가계대출 증가세가 억제될 것"이라며 "당분간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을 용인할 방침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하면서 '대출금리는 올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금 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며 "대출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어서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