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청담동의 애완동물 복합공간 '이리온'.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 애견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이들은 매일 사회화 및 지능 교육 등을 받은 후 원내 놀이시설에서 하루를 보낸다. 과체중 애견은 수중 러닝머신 등 운동프로그램을 처방받고,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 주인과 함께 예절 교육을 받는다.

소형견은 하루 4만~5만원,대형견은 8만원을 내야 하지만 대부분 정원(20마리)을 웃돈다고 한다.

배연진 이리온 경영지원팀 부장은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애완동물 시장은 유망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애완동물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완동물 시장은 2000년대 들어 매년 평균 10% 이상씩 성장,올해는 2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경제성장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데다 독신 가구와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애완동물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진화하는 애완동물 사업

과거 수입사료 유통,소규모 분양 위주의 영세한 사업 구조는 고품격 · 토털 서비스 · 세분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루이독,핀업독 등 애완동물 의류업체들은 수영복,파티복 등 고객 취향에 따른 다양한 의류를 쏟아내고,사료 시장은 고급 수제간식 · 영양식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애완동물의 질병 · 상해 등을 보장하는 보험, 동물전용 장례업도 성행 중이다. 브리더(전문번식사),핸들러(도그쇼 때 강아지 목줄을 잡고 뛰는 사람),트리머(전문미용사) 등 관련 직업군도 세분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 '국제 도그쇼'가 성황리에 서울에서 열린 것도 국내 애완동물 시장의 위상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전 세계 애견들의 축제로 알려진 '국제 도그쇼'(FCI 아시아-퍼시픽 섹션 도그쇼)는 지금까지 아시아에선 일본과 대만에서만 열렸는데 올해 처음 서울에서 개최됐다. 지난 27~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5000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한했다.

◆기업 참여도 잇따라

애완동물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중견 · 대기업들도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몰리스 펫샵'을 론칭해 호텔,미용,의료,훈련,교배 · 분양 등 애완동물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애견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현재 6호점까지 매장 수를 늘렸다. 문구유통업체인 모나미도 지난해부터 '모나미 힐스 사업부'를 만들고 해외 고급 사료인 '힐스'의 유통을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애완동물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펫러브즈미'(petloves.me)는 벌써 3만여명이 가입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에 해당하는 '예뻐요' 기능으로 자신의 애완동물 사진을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등 특화된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상우 한국애견연맹 총재는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시장 구조가 빠르게 선진화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같은 제도를 정비하는 등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