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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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무역·재정적자…수출감소 타격
쌍둥이 흑자 위해 국가빚 통제를
쌍둥이 흑자 위해 국가빚 통제를
1980년 초반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소위 쌍둥이 적자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다. 결국 당시 재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1985년 9월 소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엄청난 폭의 엔화 절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미국무역적자의 38%를 차지하는 일본의 엔화를 달러당 240엔에서 130엔대까지 끌어내림으로써 미국 무역수지는 일단 개선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과도한 절상 이후 일본경제에 거품이 끼었다가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듯했던 쌍둥이 적자 현상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심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돌입하면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규모는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축통화발행국인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면 달러는 전 세계로 풀려 나간다. 그런데 미국이 재정적자로 인해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사들이기 위해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하게 되므로 세계 경제 내에서 달러의 팽창을 상당 부분 제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세계 각국이 미국국채를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선호하는 한 쌍둥이 적자는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면서 인플레가 발생하면 미국국채의 실질가치는 감소하게 되므로 미국정부는 이 부분만큼 이익을 본다. 소위 '인플레 세금'을 전 세계로부터 거둘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기' 인 셈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때 800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흑자가 2000억달러를 넘었었다. 옛날 같으면 중국 위안화를 대폭 절상시키는 신 플라자합의를 유도했겠지만 중국은 일본과 달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글로벌 임밸런스'로 불리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너무 오래 지속되게 됐다.
달도 차면 기우는가. 글로벌 임밸런스로 인해 달러가 과도하게 풀리면서 부동산 버블이 초래되고 서브프라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미국은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글로벌 리밸런싱' 즉 무역적자축소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됐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또 하나의 위기가 발생했다. 글로벌 국가채무위기로 인해 재정적자까지 줄여야 하는 국면이 나타난 것이다.
국채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초우량 안전자산으로서의 미국국채 이미지마저 훼손된 상태에서 이제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미루던 숙제를 개학 전날 한꺼번에 하려니 고통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내수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며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상당 부분 감내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은 옛날 일이 돼가고 있고 국가채무의 디레버리징이라는 고통스런 과정이 시작됐다. 이제 지구촌의 말썽꾸러기들을 처리하는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미국 역할도 제한적이 될 것이고 그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이유야 어찌되었건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었던 자기나라 채권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면서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우리 정치의 모습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정치는 진정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정부부채의 디레버리징 시대가 오고 있는데 복지 지출 확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은 걱정스럽다.
우리도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국가가 빚내서 쓰면 되지 식의 안일한 접근은 금물이다. 재정건전성 추구와 국가채무의 디레버리징은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생존을 위해 미리미리 빚을 제어해야 한다. 이제 무역과 재정에 있어 '쌍둥이 적자'(twin deficit)가 아닌 '쌍둥이 흑자'(twin surplus)를 추구해야 할 고통스런 시대가 훌쩍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듯했던 쌍둥이 적자 현상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심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돌입하면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규모는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축통화발행국인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면 달러는 전 세계로 풀려 나간다. 그런데 미국이 재정적자로 인해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사들이기 위해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하게 되므로 세계 경제 내에서 달러의 팽창을 상당 부분 제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세계 각국이 미국국채를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선호하는 한 쌍둥이 적자는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면서 인플레가 발생하면 미국국채의 실질가치는 감소하게 되므로 미국정부는 이 부분만큼 이익을 본다. 소위 '인플레 세금'을 전 세계로부터 거둘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기' 인 셈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때 800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흑자가 2000억달러를 넘었었다. 옛날 같으면 중국 위안화를 대폭 절상시키는 신 플라자합의를 유도했겠지만 중국은 일본과 달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글로벌 임밸런스'로 불리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너무 오래 지속되게 됐다.
달도 차면 기우는가. 글로벌 임밸런스로 인해 달러가 과도하게 풀리면서 부동산 버블이 초래되고 서브프라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미국은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글로벌 리밸런싱' 즉 무역적자축소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됐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또 하나의 위기가 발생했다. 글로벌 국가채무위기로 인해 재정적자까지 줄여야 하는 국면이 나타난 것이다.
국채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초우량 안전자산으로서의 미국국채 이미지마저 훼손된 상태에서 이제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미루던 숙제를 개학 전날 한꺼번에 하려니 고통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내수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며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상당 부분 감내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은 옛날 일이 돼가고 있고 국가채무의 디레버리징이라는 고통스런 과정이 시작됐다. 이제 지구촌의 말썽꾸러기들을 처리하는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미국 역할도 제한적이 될 것이고 그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이유야 어찌되었건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었던 자기나라 채권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면서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우리 정치의 모습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정치는 진정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정부부채의 디레버리징 시대가 오고 있는데 복지 지출 확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은 걱정스럽다.
우리도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국가가 빚내서 쓰면 되지 식의 안일한 접근은 금물이다. 재정건전성 추구와 국가채무의 디레버리징은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생존을 위해 미리미리 빚을 제어해야 한다. 이제 무역과 재정에 있어 '쌍둥이 적자'(twin deficit)가 아닌 '쌍둥이 흑자'(twin surplus)를 추구해야 할 고통스런 시대가 훌쩍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