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선거가 두렵다"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선거가 두렵다"
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 · 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 체제로 돌입하려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게나,오는 12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당 대표를 당선시키고 단일 야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재 · 보선은 여당 대표들에겐 무덤과 같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 · 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다.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선방함으로써 안정적인 차차기 구도를 꿈꾸던 홍 대표로서는 당장'단명 대표'를 피할 숙제부터 풀어야 할 처지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김기현 대변인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데이비드 액설로드 같은 선거 전략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액설로드는 언론인 출신 선거 전략가로 2008년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일궈낸 일등 공신.김 대변인은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 놓고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박-친이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 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 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홍 대표에 비해 손 대표는 약간 여유가 있다. '반(反) 여(與)'라는 여론 흐름도 그렇고,앞으로의 선거에서 복지 이슈가 쟁점이 되는 것도 민주당에는 호재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 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수 있다. 홍 대표가 "앞으로 무상급식 외의 큰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점도 걱정이다. 당장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매수 의혹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자칫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다면 민심 이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수진/허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