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경영진단을 마무리한 저축은행 85곳 가운데 15개 안팎의 저축은행에 감독관을 파견했다.

다음달 열릴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 회의에 앞서 부실징후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증자 등 자본확충을 압박하고,재무 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한 조치다.

◆상당수 대형 저축은행도 포함

28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종료된 경영진단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거나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15곳 내외의 저축은행에 감독관을 보냈다. 특히 자산 2조원이 넘는 9개 대형 및 계열 저축은행 상당수에도 감독관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감독관 파견은 대주주의 증자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자산을 불법적으로 빼돌리려는 시도를 현장에서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다만 자구계획 이행 여부에 따라 파견된 감독관이 조기에 철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모에 상관 없이 저축은행의 자구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저축은행의 처리 방향이 하반기 구조조정 규모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경영진단을 끝낸 85곳 가운데 최종 구조조정 대상을 9월 하순께 추릴 계획이다.

◆경평위 역할에 관심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3~5%(경영개선 권고)인 저축은행은 최장 6개월,1~3%(경영개선 요구)인 저축은행은 최장 1년간 정상화 기회가 부여된다.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면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여기에 경영개선계획이 경평위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저축은행은 영업정지(경영개선 명령)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부실징후 저축은행에 대한 행정처분(적기시정조치)을 결정하기 위한 경평위 회의 일정을 확정하고,위원도 추가로 선임할 예정이다. 경평위는 저축은행의 자구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평위 위원 선임과 회의 일정은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았으며,회의 직전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알려지면 업계의 로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강온파' 논쟁 가열

9월 말 정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경영개선 권고 · 요구 · 명령) 발표를 앞두고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이 인수 · 합병(M&A)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위험부담이 커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대주주 증자 없이 M&A로만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대주주가 수십억원만 증자해도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감독관이 파견됐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곳이 나올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당국 내부에선 구조조정 강도를 둘러싼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저축은행을) 가능하면 최대한 살리는 게 필요하다"며 향후 구조조정이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재원 확보가 어렵고,정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얽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금감원 일선에선 "이번에 부실을 모두 도려내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사후정산 기한 연장이나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5년 유예와 같은 조치가 부실 저축은행의 연명을 도운 측면도 있다"며 "이번에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