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살려놓은 투자심리를 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돋을 수 있을까.

지난주말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버냉키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선 3차 양적완화(QE3) 카드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통상 하루만 열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내달엔 20∼21일 이틀간 열어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시장 기대감을 유지시켰다.

29일 증권업계에선 버냉키 의장이 한 달 가량의 말미를 남겨둔 현 시점에서 다음달 5일 미국 노동절 휴일 직후 발표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과 이를 통한 경기부양책 발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 미 경제성장률(GDP) 확정치가 추정치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1%를 기록했고, 8월 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내달 5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정정책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에게 바통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구체적인 재정정책안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버냉키 의장의 선물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물로 넘어갈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고용 안정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발표할 예정인데 일각에선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내달 5일 발표되는 경기부양책은 추가적인 재정 확대가 제한된 시점인 만큼 항목간 전용을 통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안으론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한 고용부양책, 모기지 대출 금리 일괄 연장에 따른 주택경기 활성화, 기업의무 규정 철폐 및 세금 감면을 통한 친기업 정책, 고소득층 감세 철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엔 소득세 인하 등 일자리 창출방안과 함께 인프라은행 설립, 주택시장 개선, 한국·콜롬비아·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신속처리 등이 포함될 전망"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이 주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일각에선 버냉키 의장이 다음달에 전격적인 QE3 결정 등을 발표하기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체감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버냉키 의장의 경제적·정치적 딜레마를 고려하면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까지는 QE3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QE3 보다는) 오히려 내달 5일 발표 예정인 오바마 대통령의 고용확대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전 10시4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74포인트(2.07%) 뛴 1815.69를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