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부상,대형 서점업체의 쇠퇴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미국 출판업계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지급하는 선인세를 낮추고 양장본(하드카버) 인쇄를 줄이는가 하면 일부 출판사는 사무실과 창고까지 폐쇄하고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출판사도 생겨나고 있다.

WSJ는 출판산업 시장조사 전문가인 앨버트 그레코의 분석을 인용해 종이책 시장 규모가 2008년 180억달러에서 2015년 139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 킨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8년 78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36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종이책 판매의 20%를 차지하던 미국 2위 서점 체인 보더스의 파산으로 종이책 시장은 더욱 빠르게 쇠퇴할 전망이다.

이에 출판사들은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 작가에게 미리 지급하는 선인세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섰다. 한 출판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수백만달러에 달하던 선인세가 수십만달러대로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작품에 따라 수만달러대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출판사들이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들에게 미리 비싸게 판매하는 양장본 부수도 줄이고 있다. 종이책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아셰트북그룹이 9월 초 출판할 예정인 채드 하바흐의 소설 '수비의 기술(The Art of Fielding)'의 경우 양장본을 3만부만 찍을 예정이다. 2~3년 전만 해도 4만~5만부를 인쇄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창고,사무실 등 고정비를 줄이는 출판사들도 있다. 뉴스코퍼레이션 소속의 하퍼콜린스는 미국 내 창고 4개 중 2개를 폐쇄할 예정이다. 베텔스만그룹의 랜덤하우스는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 공간 중 40%를 재임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자책이 인기를 끌다보니 디지털 에디션(digital edition)을 종이책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출판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워크맨퍼블리싱은 오는 11월 출판하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을 구매하는 독자에게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자책을 종이책의 경쟁 상품이 아닌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