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뿌리가 튼튼한 산업은 결코 바람에 넘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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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서 대표적인 전자회사들은 금형 사업에서 손을 뗐다. 자원 투입대비 성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애플 아이폰이 세련된 곡선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때 우리나라 제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품의 품질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금형 기술력이 문제였다.
이후 산업계에서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외치며 다시 금형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 금형기술센터를 세우고 인재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 잡기란 쉽지 않다. 중국은 2009년부터 '10대 산업 진흥조치'를 통해 뿌리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넓은 공업용지 등 인프라가 좋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모노즈쿠리(장인정신) 국가비전 전략'으로 뿌리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아이폰 협력업체인 대만의 혼하이와 폭스콘은 금형기술에 많은 돈을 투자,노하우를 쌓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특허 선점이나 세계 시장 진입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금형분야에만 있는게 아니다. 주조,단조,열처리,표면처리,용접 등의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경쟁요소지만 3D업종으로 인식되면서 명맥조차 유지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뿌리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 이내.이 수치는 2008년 이후 정체돼 있다. 인력도 문제다.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평균 연령은 42세에 달한다. 2001년 4.2%였던 전문기술자는 2008년 기준 2.8%로 급락했고 대졸 초임은 연 2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악순환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와 안목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품질과 디자인이 필요한데,그 경쟁력의 원천은 튼튼한 뿌리산업에 있다. 작고 예쁜 휴대전화부터 대양을 왕래하는 거대한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뿌리산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물려 빨라지는 제품 주기는 뿌리산업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케 한다.
정부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본격적인 뿌리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제품수급 조달 시스템이나 뿌리산업의 인력기피 현상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취지다. 이 분야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은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뿌리산업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젊은이들이 취업 기피 대상이다. 이는 생산성 저하,수익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지자체는 국가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뿌리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뿌리기업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일자리창출과 지역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6월 경상남도,진주시,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체결한 '뿌리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 기반구축' 상호협약이 좋은 예다. 이 협약으로 진주지역에는 뿌리산업 기술 혁신센터 건립과 특화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본격화됐다. 각종 시험 시자재와 시제품 생산 장비를 갖추고 기업 지원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관기업을 유치하고 집적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뿌리산업을 키우려면 일단 중소기업들이 고사하기 전에 생존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추상적인 지원보다는 납품단가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 뿌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기근속자 및 우수 숙련기술자를 선정,국외연수와 일시장려금 지급,장학금 지원 등의 제도도 필요하다.
젊은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 기술자가 설 곳이 없으면 뿌리산업 인재를 육성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는 마이스터고 등을 통한 인재 육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향후 산업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환경이 개선이 필요하다.
기술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첨단화,자동화,친환경적 산업으로의 전환 촉진에 산학연을 연계,뿌리기업이 명확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뿌리기업과 대기업 간 기술협력도 확대하는 등 동반성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기업이 자력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국제 동향 파악이나 교류,국제공동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지원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뿌리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기존의 기술보다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중소기업청이나 중기중앙회 등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장기적인 경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뿌리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뿌리산업이 탄탄할수록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진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이후 산업계에서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외치며 다시 금형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 금형기술센터를 세우고 인재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 잡기란 쉽지 않다. 중국은 2009년부터 '10대 산업 진흥조치'를 통해 뿌리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넓은 공업용지 등 인프라가 좋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모노즈쿠리(장인정신) 국가비전 전략'으로 뿌리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아이폰 협력업체인 대만의 혼하이와 폭스콘은 금형기술에 많은 돈을 투자,노하우를 쌓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특허 선점이나 세계 시장 진입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금형분야에만 있는게 아니다. 주조,단조,열처리,표면처리,용접 등의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경쟁요소지만 3D업종으로 인식되면서 명맥조차 유지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뿌리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 이내.이 수치는 2008년 이후 정체돼 있다. 인력도 문제다.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평균 연령은 42세에 달한다. 2001년 4.2%였던 전문기술자는 2008년 기준 2.8%로 급락했고 대졸 초임은 연 2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악순환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와 안목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품질과 디자인이 필요한데,그 경쟁력의 원천은 튼튼한 뿌리산업에 있다. 작고 예쁜 휴대전화부터 대양을 왕래하는 거대한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뿌리산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물려 빨라지는 제품 주기는 뿌리산업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케 한다.
정부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본격적인 뿌리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제품수급 조달 시스템이나 뿌리산업의 인력기피 현상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취지다. 이 분야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은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뿌리산업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젊은이들이 취업 기피 대상이다. 이는 생산성 저하,수익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지자체는 국가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뿌리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뿌리기업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일자리창출과 지역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6월 경상남도,진주시,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체결한 '뿌리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 기반구축' 상호협약이 좋은 예다. 이 협약으로 진주지역에는 뿌리산업 기술 혁신센터 건립과 특화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본격화됐다. 각종 시험 시자재와 시제품 생산 장비를 갖추고 기업 지원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관기업을 유치하고 집적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뿌리산업을 키우려면 일단 중소기업들이 고사하기 전에 생존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추상적인 지원보다는 납품단가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 뿌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기근속자 및 우수 숙련기술자를 선정,국외연수와 일시장려금 지급,장학금 지원 등의 제도도 필요하다.
젊은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 기술자가 설 곳이 없으면 뿌리산업 인재를 육성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는 마이스터고 등을 통한 인재 육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향후 산업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환경이 개선이 필요하다.
기술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첨단화,자동화,친환경적 산업으로의 전환 촉진에 산학연을 연계,뿌리기업이 명확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뿌리기업과 대기업 간 기술협력도 확대하는 등 동반성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기업이 자력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국제 동향 파악이나 교류,국제공동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지원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뿌리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기존의 기술보다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중소기업청이나 중기중앙회 등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장기적인 경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뿌리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뿌리산업이 탄탄할수록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진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