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부정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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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에서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는 100m가 아니라 400m 계주다. 우사인 볼트의 100m 최고기록은 9.58초인 반면 400m계주에선 100m당 9.28초의 기록이 나왔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이어달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근육의 순간 피로감이 제일 큰 종목은 400m 경기다. 이유는 이렇다. 단거리 경기는 달리는 도중 들이마신 산소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거의 이용되지 못하는 무산소 운동이다. 400m는 단거리 중엔 가장 길다.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가 고갈되고 피로물질이 급속히 축적되는 탓에 근육이 극도의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육상의 백미인 100m 경기에선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바람 청각 근육 출발반응속도 등 여러 요소가 변수로 작용한다.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다. 뒷바람이 초속 2m로 불면 남자는 0.1초,여자는 0.12초 단축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초속 2m 이상의 바람속에서 경기를 했을 땐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 한계는 0.1초다. 출발 신호가 뇌까지 가는 데 0.08초,근육이 반응하는 데 0.02초가 걸린다는 게 근거다.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총성을 듣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예측을 하고 출발한 것으로 여겨 실격 처리되는 이유다. 측정 장비도 고도의 정밀성을 갖췄다. 이번 대구대회에서 사용되는 사진판독용 카메라는 1초에 무려 2000번을 찍는다. 스타팅블록에도 0.1초 이내에 반응하는 것을 잡아내는 감지기가 설치됐다.
현재의 인간 체형으로 100m 달리기의 한계는 9초40선이라고 한다. 10m 구간별로 가장 빠른 선수의 기록을 조합하면 9초44가 된다.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볼트가 남자 100m 결승전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하자 규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 한 번만 부정출발해도 실격처리하도록 돼 개막 이틀만에 8명의 실격자가 나온 것은 규정이 너무 가혹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반면 부정 출발이 경쟁자의 리듬을 깨는 데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현 규정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규정을 완화하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기록 수립에 도리어 걸림돌이 된다는 거다. 단판승부라는 긴장감을 이겨내는 것도 실력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빠른 인간'이 되는 길이 더 험해졌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육상의 백미인 100m 경기에선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바람 청각 근육 출발반응속도 등 여러 요소가 변수로 작용한다.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다. 뒷바람이 초속 2m로 불면 남자는 0.1초,여자는 0.12초 단축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초속 2m 이상의 바람속에서 경기를 했을 땐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 한계는 0.1초다. 출발 신호가 뇌까지 가는 데 0.08초,근육이 반응하는 데 0.02초가 걸린다는 게 근거다.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총성을 듣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예측을 하고 출발한 것으로 여겨 실격 처리되는 이유다. 측정 장비도 고도의 정밀성을 갖췄다. 이번 대구대회에서 사용되는 사진판독용 카메라는 1초에 무려 2000번을 찍는다. 스타팅블록에도 0.1초 이내에 반응하는 것을 잡아내는 감지기가 설치됐다.
현재의 인간 체형으로 100m 달리기의 한계는 9초40선이라고 한다. 10m 구간별로 가장 빠른 선수의 기록을 조합하면 9초44가 된다.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볼트가 남자 100m 결승전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하자 규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 한 번만 부정출발해도 실격처리하도록 돼 개막 이틀만에 8명의 실격자가 나온 것은 규정이 너무 가혹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반면 부정 출발이 경쟁자의 리듬을 깨는 데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현 규정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규정을 완화하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기록 수립에 도리어 걸림돌이 된다는 거다. 단판승부라는 긴장감을 이겨내는 것도 실력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빠른 인간'이 되는 길이 더 험해졌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