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녹차라테 멋지게 완성했네요. 이제 카페모카를 만들어볼까요?"

지난 27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여성회관 3층.커피머신과 커피잔이 차려진 탁자 앞에 주부 네 명이 모여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여는 교양강좌 같았다. 그런데 주부들의 한국말이 서툴다. 이들은 캄보디아 출신 키팔라 씨(28)와 베트남 출신 부이뚜항 씨(26),몽골 출신 침게 씨(37),중국 동포 김순향 씨(36).모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정착한 이주 여성들이다.

출신 나라와 나이가 제각각인 이주 여성들이 모인 이곳은 삼성그룹이 만든 사회적 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 본사다. 키팔라 씨와 침게 씨 등은 오는 10월 글로벌투게더음성이 만드는 첫 번째 수익사업 모델인 카페테리아에서 일하기 위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침게 씨는 "한국에 온 후 5년간 일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제 2개월 후면 어엿한 직업을 갖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농촌 이주여성,웃음 되찾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작년 12월 문을 열었다. 주로 농촌지역에 사는 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육아문제 등 고민 상담,일자리 알선 등을 통해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설립 취지다. 삼성그룹은 이를 위해 5억9000만원을 글로벌투게더음성에 투자했다.

삼성이 이주여성 돕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소진원 글로벌투게더음성 사무국장은 "이주 여성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말이 안 통하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점점 소외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장과 농촌이 공존하는 음성에만 중국 출신 400여명과 베트남 출신 180여명 등 679명의 이주 여성이 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이는 드물다.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말이 서툰 까닭이다. 고향에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이주 여성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이주 여성인 팜더푸엉 씨(33)가 그랬다. 베트남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한국 기업 현지 주재원과 결혼해 2007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으나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일을 하고 싶어 집 근처 공장에 나가보고 동네 보건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한 달에 받는 돈은 고작 40만원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됐다. 지난 2월 통 · 번역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된 그는 지금은 월 100만원을 받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팜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힘들어 베트남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며 "통 · 번역 일을 하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이주 여성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팜씨 등 이주 여성 3명을 포함해 11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일만 하고 있지만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사업에 나선다. 음성군 금왕읍에 커피숍에서 직접 제작한 베개와 쿠션 등 홈패션 제품을 함께 파는 '카페테리아'를 만들 예정이다. 이곳에서 부이씨,침게 씨 등 이주 여성 6명이 바리스타와 통 · 번역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방인' 취급을 받아왔던 이주 여성들에게 월 100만원 월급을 받는 정식 직원의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소 국장은 "카페테리아 사업을 통해 월 200만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비록 월급은 적지만 이주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한국사회에 녹아들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수익"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글로벌투게더음성과 같은 다문화가족 지원회사를 내년에 전남지역에 하나 더 세울 계획이다.

◆삼성,사회적 기업가 양성

글로벌투게더음성 외에 삼성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설립한 '희망네트워크'는 서울 · 경기 지역의 어려운 가정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 지원사업을 맡고 있다. 직원은 모두 76명으로 전직 교사와 교사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취업을 못한 대학 졸업생과 대학원생들이 서울 · 경기 지역 30개 공부방에서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만간 기업체 등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인문학강좌 등 특별강의를 하는 수익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내년 이후에는 충청권과 호남권에도 같은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더 만든다.

'SGS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90명의 예비 최고경영자를 배출했다. 삼성은 이들 3개 기업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장애인 인력파견회사 등 사회적 기업을 모두 7개로 늘릴 계획이다.

음성=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