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4.5%)를 불과 2개월 만에 하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길 만큼 나빠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등의 여파로 4%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클럽 초청강연에서 "(성장률에)전체적으로 하방위험이 있다"며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좀 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30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0%에서 4.5%로 낮췄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대외 부문에서 경기하락 리스크가 커졌다.

박 장관은 "국내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경기하락 위험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수요는 일자리와 소득증가세에 의해 어쩌면 수출보다 성장부문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역시 대외경제 쪽에서의 위험이 얼마나 투영될 것인가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부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경제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라며 "당장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5%까지는 아니지만 (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지도 않을 것"이라며 "0.2%포인트 정도 미세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하향 조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 아니냐"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장관도 "8월 수출이 계절적 요인으로 일시 주춤할 수 있다"며 "9월부터는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전망에 대해서도 "기상이변이 없는 한 목표치(4.0%)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취업자 수 33만명 증가 예상에 대해서는 "고용은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