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고졸 '화이트 칼라'를 연간 100여 명씩 뽑아 대졸 출신과 동일한 대우를 하겠다는 인사 혁신안을 발표했다. '공생'을 강조하는 정부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남 사장은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

남상태식(式) 인사 개혁안은 생산직에만 한정돼 있던 고졸 출신 사원의 업무 영역을 설계,프로젝트 관리 등 전문 사무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국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인력을 뽑아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서 약 4~7년(남자의 경우 군대 복무 기간 포함)간 교육시키는 것이 대우조선의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중공업 분야 특화 대학인 거제대학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우사관학교'를 나온 고졸 화이트 칼라는 정규 대학을 졸업한 대졸 신입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남 사장은 "해외 출장을 다니다 보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기업 내부에서 교육을 받아 석 · 박사 이상의 실력을 보유한 인재들이 많아 놀라곤 했다"며 "대우조선해양도 우수 인력을 조기 확보해 회사 차원에서는 경쟁력을 키우고,국가 차원에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혁신을 발표하면서 남 사장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만으로 서울시 부시장까지 오른 선친의 일화도 소개했다. "어린 시절 선친이 학력 때문에 겪었던 고초를 잘 알기에 언젠가는 학력 만능주의를 깨뜨릴 수 있도록 조그만 일이라도 해보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그의 선친은 서울시 부시장,수협 회장 등을 지낸 고(故) 남문희씨다.

다음달 초 전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시작한다. 10월 말께 1차 서류 심사를 마치고,11월에 면접과 적성검사를 거쳐 12월 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학교장 추천 등을 통해 능력은 우수하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중심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 사장은 현대상선 지분 2%를 인수할 것이란 계획과 관련,"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이에 대한 보답의 표시로 지분 투자를 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과거 대한해운과 파트너십을 유지할 당시에도 대한해운 주식을 5~7% 보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