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 케이블 TV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앞다퉈 나와 '친구처럼' '간편하게' 돈을 빌려준다고 광고하는 걸까?

대한민국 가계 빚 1000조원 시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국민이 2000여만원씩의 빚을 떠안고 있다. 그런데도 TV광고에는 여전히 돈을 빌려준다고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신간 '대출천국의 비밀'(개마고원)의 저자 송태경 씨는 폭주하는 대출광고에 대해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보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더 극성인 것은 대부업이 황금알을 낳는 기적의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은 대출을 이뤄지면 엄청난 폭리가 '보장된' 황금사업이라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은 합법적으로 연 40-50%대의 엄청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법률 시스템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국내 IT기업 '다음'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 ‘다음’이 회사 자본금을 306억원에서 2095억원으로 키워냈을 때 ‘러시앤캐시’는 133억원에서 5723억원으로 성장했다. ‘다음’의 순이익이 89억원에서 311억원으로 커졌을 때 ‘러시앤캐시’는 23억원에서 무려 1194억원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법으로 보장된 이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출업자들은 일반적인 사업으론 얻기 어려운 연 수십%의 수익을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본문 13~14쪽)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대형 대부업체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은 합법적 테두리안에서 행동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들의 활동은 도를 지나친다.

금융감독원이 2007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연 181%이고, 무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연 217%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업체들은 빌려준 돈과 이자만 적절히 회수하며 합법적인 방밥으로 통상 연 4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받는다. 일반 기업들의 평균 영업률이 10%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부업의 모든 수익 구조는 '원금'과 '이자'가 정상적으로 회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대부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추심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은 그때부터 "딸 자식 밤길 조심하라"는 문자를 받고 밤잠을 설치게 된다.

실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은 자영업자, 주부, 학생 등 소득이 일정하지 못한 서민들이다. 실제 대학생들 중 4만명이 대부업체를 통해 800여억원을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수 없다.

고객들과 입장이 다르게 기업에게 '대부업'은 굉장히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많은 기업들은 대부업의 변종 시장을 만들어 카드대출, 통장대출, 자동차대출, 핸드폰대출 등의 상품을 출시하며 '고리대금 공화국'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가 '고리대금 공화국'의 역사를 갖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우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한국은 IMF의 고금리 요구에 따라 1997년 12월 22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 이자율을 연 25%에서 연40%로 상향 조정했다. 국회는 'IMF 지원의 조건 이행'이라며 1998년 1월 13일 이자제한법을 폐지했다.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자 사채시장의 금리가 폭등했다. 연 24%, 연 36%가 적용되던 관행이 없어지고 연 120%가 넘는 고리대가 나타난 것. 1999년부터는 일본 대부업체들이 자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자 인,허가를 받은 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도 연 40~50%의 고리대금 영업을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며 시민단체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부업 양성화'를 내세우며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대부업법이 제정됨으로써 인·허가를 받지 않고 단순히 등록만 해도 합법적으로 대부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법정 최고 이자율로는 역사상 가장 높은 연 66%가 합법화되는 길이 열렸다.

대부업법이 제정된 후 이자제한법 폐지 이전에 최대 3000개였던 사채업체 수가 10배 이상 급증했다. 등록·무등록 업체를 합쳐 4만~5만개가 난립했다. 이들은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66%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대부업법 시행 후 사채시장 평균 금리는 2003~2004년에 연 223%(등록업체 연164%, 무등록업체 연282%)였다.

사채시장 규모도 이자제한법 폐지 전 4조원에서 18조원(한국금융연구원 2006년 자료. 금융감독원이나 저자의 추정치는 30조 원)으로 크게 팽창했다.

사채업이 난립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채 피해자는 점점 늘어나 2006년 정부 추정치로 약 328만명이 사채 고리대금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송태경 씨는 "정부가 장려한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 결과는 참혹하다" 며 "고율의 이자 부담과 가혹한 채무 독촉은 기본이고, 가계 파산, 온갖 형태의 사기와 속임수, 협박과 폭력 등이 빈발하고 있다. 반면 사채업자들에게는 극단적 화폐 물신(money fetish)·황금 물신(gold fetish)을 너무나 손쉽게 충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송태경 씨는 대한민국이 고리대금 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정해야 한다" 며 "최고 이자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자율의 최고 한도가 지나치게 낮아도 안 되고, 과도하게 높아도 안된다. 또 이를 관리ㆍ감독하는 제도를 마련해 법적인 제재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채무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빚 독촉을 조장하는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며 "현재 부당한 빚 독촉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채권 추심법이 있지만, 이 법률에는 '반복적으로'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추심에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리대를 대신할 여러 유형의 대체 공급 수단을 발전시켜야 한다" 며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국가가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공적 금융을 발달시키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대안이다. 하지만 이런 대안 은행이 현재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처럼 고리대금 기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급전 수요를 발생시키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를 별개로 하면, 남는 과제는 하나다" 라며 "법·제도의 담당 주체, 즉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태도 변화를 강제할 여론의 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저자 송태경은 누구?

송태경은 현재 민생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사채·대부업 관련 무료 법률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 정책실장을 역임했으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연구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자유인들의 연합체를 위한 선언』(1993), 『소유문제와 자본주의 발전단계론』(1994), 『산업순환 현상』(1995) 등이 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