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주파수 경매가 83라운드에 걸친 경쟁 끝에 SK텔레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SK텔레콤과 KT가 맞붙은 1.8기가헤르츠(㎓) 대역 경매에서 KT가 입찰을 포기하고 800메가헤르츠(㎒) 대역을 신청하면서다.

이번 경매는 통신 3사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 각자 주파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관건은 어느 대역 주파수를 잡느냐였다. 2.1㎓는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SK텔레콤과 KT의 참여를 배제함에 따라 이미 LG유플러스 손에 들어갔다. 문제는 1.8㎓였다. SK텔레콤과 KT 모두 이 대역 주파수를 간절히 원해 지난 17일 시작된 경매가 26일까지 진행되는 동안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벌였다.

◆KT,1.8㎓ 왜 포기했나

29일 속개된 경매는 1조원 돌파 여부의 분수령이었다. 26일 열린 82라운드에서 SK텔레콤이 9950억원을 써낸 만큼 KT가 이 대역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1%를 추가한 1조49억5000만원 이상을 써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KT가 돌연 1.8㎓ 경매에 불참하고 800㎒ 대역에 입찰했다. KT는 왜 갑자기 1.8㎓를 포기했을까.

경매가 끝난 직후 이석채 KT 회장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엄청난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주파수 따내는 데 돈을 쏟아붓는 게 과연 옳으냐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며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얘기처럼 아이를 살리고 싶은 부모의 심정으로 이 선에서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KT는 이미 1.8㎓ 대역에서 2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20㎒를 추가하면 고속 4세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주파수 확보에 돈을 쏟기보다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는 쪽을 택했다.

◆사활 건 SK텔레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KT의 4세대 주도권 장악을 일단 저지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KT에 이번 주파수 대역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SK로서는 4세대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1.8㎓ 대역 20㎒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800㎒ 대역 5㎒ 주파수로 LTE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주파수 대역이 좁아 속도면에서 LG유플러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800㎒ 대역에서는 여유 주파수를 찾기 어렵고 2.1㎓는 3세대 서비스에 사용 중이어서 1.8㎓ 대역 20㎒를 따내지 못하면 LTE에서는 가장 불리해진다는 점이 배수진을 치게 만들었다는 관측이다.

입찰가격이 9000억원을 넘어서자 항간에는 "2조원까지 간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2조원을 주고 주파수를 따낸다면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다행히 1조원을 넘기기 직전에 브레이크가 걸려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통신 3사는 첫해에 낙찰대금(SK텔레콤 9950억원,KT 2610억원,LG유플러스 4455억원)의 25%를 내고 나머지는 10년간 분할 납부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여러 문제점도 드러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을 놓고 복수 사업자가 다퉈야 하는 상황에선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그 부담이 통신요금에 고스란히 전가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에 여유 주파수를 발굴해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말까지 700㎒ 대역과 2.1㎓ 대역 할당을 포함한 주파수 재배치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