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전설'이 떠난 후 엇갈린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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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정신 이은 월마트 '질주'…선마이크로 '몰락'
"마이크로소프트(MS),선마이크로시스템스,인텔을 보면 애플의 미래가 보인다. "(와이어드닷컴)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애플의 미래를 점치는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기술전문 인터넷뉴스 와이어드닷컴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텔을 경영승계의 성공 사례로,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실패 사례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설적인 창업자 겸 CEO가 떠난 후 월마트와 디즈니가 겪은 변화를 통해 애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변화에 성공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창립자가 갖고 있던 가치를 조직에 뿌리내리고 다양한 리더들을 훈련시켰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T업계,경영권 승계 모델은 인텔
인텔은 과거 '머리가 3개 달린 괴물'로 불렸다. 공동창업자 세 사람이 모두 다른 장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노이스는 비전과 전략,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는 연구개발,앤디 그로브는 제조와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다. CEO 자리도 노이스에서 무어로,이어 그로브로 순차적으로 넘어갔다. 또 그로브는 퇴임하기 몇 년 전 크레이그 배럿을 후계자로 낙점했고 현 CEO 폴 오텔리니도 유사한 과정을 밟았다. 전임 CEO는 이사회 의장 등을 맡아 후임자의 적응을 도왔다. 와이어드는 "체계적인 승계로 인텔은 43년 역사에서 한 번도 생존의 위기를 맞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스콧 맥닐리가 퇴임한 후 단 한 차례의 위기에 회사가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22년간 CEO를 역임한 맥닐리는 2006년 조너선 슈워츠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나 2년 후 찾아온 금융위기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결국 2009년 오라클에 인수되고 말았다.
◆월마트의 성공과 디즈니의 고전
월마트는 창업자 정신과 승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평가했다. 창업자 샘 월턴은 1962년 설립한 월마트를 미국 1위 소매업체로 성장시켰다. '매일 가장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s)'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신념은 1988년 월턴으로부터 CEO 바통을 넘겨받은 데이비스 글래스에게로 이어졌다. 그 결과 월턴 사후에도 월마트는 성장을 거듭,세계 최대 기업이 됐다. WSJ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월마트 경영진은 '매일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월턴의 정신을 잊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매출도 줄어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창업자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며 회사 성장이 정체를 겪고 경영권 불안이 수십년간 이어진 사례라고 WSJ는 소개했다. 1966년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사망하자 회사는 그의 집무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새로운 작품은 거의 만들지 않았다. 이는 회사를 창의력 공백상태로 몰고 갔다. WSJ는 "경영권 승계 후 회사에 일어나는 큰 변화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타났다"며 "소니는 창립자가 떠나자 시장에서 리더십을 상실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