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태규 씨는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지만 막상 그의 신상이나 행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경남 함안 출신의 사업가 정도로 신원이 알려진 박씨는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지만 막상 박씨의 인맥들도 그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주로 '박 회장'으로 통했으며 "거물 정치인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해결사'로 활용하려던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씨는 호탕하고 사교성이 좋으며,인맥 관리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박씨는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소망교회를 다니면서 집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자진입국 당시 옷과 성경이 든 가방 하나만 들고 왔다.

정계에는 여 · 야당을 막론하고 인맥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으며,실제로도 서울 강남 논현동 일대 고급 음식점에서 유력 인사들과 자주 회동하고 상가 방문 등으로 인맥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인 4월 초 홀연 캐나다로 출국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인맥을 통한 정보력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씨는 여러 기업체의 회장 명함을 들고 다니며 자신을 "박 회장"이라고 소개했지만 확인 결과 박씨가 소지한 명함 대부분은 '유령 직함'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껍데기'뿐인 명함을 여러 종류 들고 다니는 건 전형적인 로비스트의 수법"이라며 "박씨가 과시해온 인맥이 사실인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캐나다에 머물러온 박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에 사기 혐의로 공개 수배하는 한편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과 양자회담을 하면서 박씨 송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