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가 100m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실격을 당하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사람들이 있다. 볼트의 후원사인 푸마 관계자들이다.

선수들의 금메달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 전쟁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사흘째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유니폼과 운동화 등에 새겨진 아디다스,나이키,푸마 등 스포츠 브랜드들의 스타 대리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볼트에 3000억 쏟아부었는데…푸마는 울고 싶다
◆푸마,볼트 실격에 울상

대회 시작 전까지 가장 재미를 본 브랜드는 단연 푸마였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를 앞세운 마케팅 현장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푸마가 후원하는 자메이카 선수단의 기자회견에는 4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볼트 효과' 덕분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볼트가 황금색 푸마 운동화를 흔들었을 때 푸마의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푸마는 지난해 8월 볼트와 4년간 총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라는 육상 사상 최고액의 후원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볼트가 100m 결승전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하자 푸마에 비상이 걸렸다. 마케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푸마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볼트가 200m와 400m계주에서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마는 이번 대회에서 볼트뿐만 아니라 자메이카 대표팀과 스웨덴 , 노르웨이, 덴마크, 체코, 보츠와나, 우간다, 그레나다, 케이먼군도 등 9개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1950년대 축구화와 육상화 부문에서 우위를 점했던 푸마는 1990년대 들어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에 밀리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육상 부문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푸마의 계획은 볼트와 자메이카 선수단의 성적에 달려 있다.

◆아디다스,스타 마케팅 짭짤

아디다스는 국제육상연맹(IAAF)의 공식 파트너로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디다스는 2008년 11월부터 10년간 IAAF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독점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국 포르투갈 에티오피아 프랑스 등 12개국에 유니폼을 제공하고 1000여명의 선수를 후원한다.

스타 마케팅에선 초반에 부진했다. 볼트의 유력한 대항마로 여겨졌던 타이슨 게이(미국)가 고관절 부상으로 불참했고 스티브 멀링스(자메이카)는 금지약물 양성반응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신 미디어센터를 세워 게이를 포함해 10여명의 후원 스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선수는 7종경기 세계챔피언인 제시카 에니스(영국).165㎝의 작은 키로 장신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는 그는 단아한 외모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볼트에 3000억 쏟아부었는데…푸마는 울고 싶다
◆나이키,장거리 메달밭 '함박웃음'

나이키는 대회 첫날 케냐의 여자 마라톤과 1만m 메달 싹쓸이 덕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서 홍보활동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나이키 로고를 단 케냐 선수들이 중반 이후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카메라에 집중적으로 잡혔던 것.나이키는 육상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케냐 중국 등 12개국을 후원하고 있다. 국가 후원과 별도로 110m 허들의 3강으로 꼽히는 류샹(중국)과 데이비드 올리버(미국)도 후원하고 있어 의외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