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식 같다고 하잖아요. 《엄마를 부탁해》는 제게 자식이 아니라 엄마 같아요. 번역이 안 됐다면 만날 수 없었던 해외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죠.새로운 문화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준 엄마 같은 존재였어요. "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국내외에서 '엄마 열풍'을 일으킨 소설가 신경숙 씨(사진)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개월여에 걸친 '해외 북투어'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책 때문이 아니라 쉬기 위해 1년 전 미국 뉴욕에 갔는데,영문판 출간 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꿈을 꾸게 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번역을 여행에 비유했다. 자신은 한국어로 글을 쓰지만 번역가에 의해 책이 번역돼 그 나라로 여행을 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연히 저도 함께 여행을 하게 됐어요.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작품에 공감해줬고,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새로운 생각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죠."

《엄마를 부탁해》는 지난 4월 영문판 출간 후 곧바로 큰 반응을 얻었다.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뽑혔고 미국에서만 8쇄가 발간되는 등 국내 소설로는 이례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작품으로는 가장 많은 28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됐고 15개국에서 출간됐다. 신씨는 4월부터 북미 7개 도시와 유럽 8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독자와 만났다. 내년 초에는 미국에서 페이퍼백이 다시 나올 예정이다.

그는 "영문판이 출간된 후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 점점 수많은 물방울이 돼 돌아오는 것을 봤다"며 "이번 여정이 국경 밖의 독자들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이 영문으로 출간되기 전까지는 해외 독자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국경 너머에도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작품을 쓰는 데 강한 에너지를 줄 것 같아요. "

그는 북투어를 다니면서 해외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문학의 서사에서 힘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한국문학의 공동체적 감각이나 인간에 대한 공감 등에서 희망이나 대안을 찾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선 아버지뻘 돼 보이는 분이 북클럽 회원에게 준다며 스물일곱 권을 사들고 와서는 사인을 받아갔어요. 9시간을 운전해 왔다는 그분은 아내가 소설 속 아버지가 걸음을 빨리 걷는 장면을 가리키며 '당신 같은 사람이 나왔다'고 말해 책을 읽기 시작했대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엄마 생각이 난다며 인터뷰 중에 운 기자도 있었어요. "

그는 내달 7~11일 호주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14일부터는 일본어판 출간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