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수상한 거래' 잡아낸 저승사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13층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곳에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금융회사는 물론 강원랜드와 같은 카지노사업장에서 연간 20만건이 넘는 의심거래 및 고액 현금거래 정보가 취합된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거액을 건넨 사건의 자금 흐름을 검찰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FIU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가운데 의심스러운 거래 내역을 FIU에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에서도 박 교수 동생 등이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현금 등을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FIU에 포착됐다고 보고 있다. FIU가 검찰에 제보를 했거나,검찰이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의 거래 정보를 FIU에 요청해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FIU 관계자는 "특정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금융회사에 별도로 요청해 취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며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가 있는 특정인의 의심거래와 고액현금거래 정보를 요청했을 때 해당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있으면 심사를 거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곽 교육감 측 인사들의 거래 내역을 검찰에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해 알 수도 없고,알더라도 확인해주면 불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FIU는 2001년 11월 옛 재정경제부 소속으로 범죄자금의 자금세탁을 예방하고 외환거래 자유화에 따른 외화의 불법 유출입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지금은 금융위원회 소속이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면모를 보면 '드림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전체 직원 가운데 금융위 소속 27명을 제외한 28명은 △법무부 8명(검사 3명 포함) △경찰청 7명 △국세청 6명 △관세청 7명 등으로 구성됐다.

거래 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최성진 심사분석실장은 현직 부장검사로 FIU에 파견돼 왔다.

FIU에 보고된 의심거래 및 고액현금거래 정보는 지난해 23만6000여건이었다. FIU가 자체 심사를 거쳐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제공한 건수도 1만2000건에 육박했다.

의심거래금액 보고 기준액이 지난해 7월부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아져 2009년(금융회사 보고 건수 13만6000건,제공 건수 770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FIU에는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기관들 가운데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3곳의 직원들이 모여 있는 만큼 굵직한 사건에서 종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의혹 사건의 자금흐름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거나 특정인의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FIU의 정보를 악용하려 할 경우에는 특별한 방지책이 없기 때문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