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시행하기로 법에 명시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29일 복수의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시행하기로 했던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계획을 재검토한 결과 소득세 인하를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정 건전성 확충과 복지 확대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정부의 최종 판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프랑스와 미국의 최근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증세나 감세 혜택 중단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법인세는 감세에 따른 세수 확대 효과가 뚜렷한 만큼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당 · 정 협의를 거쳐 내달 7일 발표할 예정인 세제개편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기로 했다.

정부가 당초 방침을 바꿔 소득세 최고 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의 세율을 35%에서 33%로 인하하지 않고 현행 세율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세수 증가액은 2009년 기준으로 약 4720억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소득세 인하 철회에 따른 세수 증가를 8957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올해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세수 증가 효과는 이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소득세 인하 방침 철회 대상 고소득자는 13만여명이다. 2009년 기준 종합소득세 납세자 중 과표 기준 88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10월 재 · 보선을 앞두고 친서민 기조 강화를 위해 감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균형 재정 시기를 2013년으로 1년 앞당겨야 하는 등 복합적인 상황 변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심기/서욱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