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열병이 날 정도로 더운데 누가 찾아오겠습니까. "(서울풍물시장 입주 상인)

30일 오후 2시,서울 동대문구 용신동에 있는 서울풍물시장.크고 화려한 외관과 달리 입구에 들어서자 식당가에서 새어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에어컨 한 대 없는 건물 내부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더웠다. 민속공예품과 골동품,각종 잡화를 파는 1층의 크고 작은 상점엔 인근 주민들만 가끔 눈에 띌 뿐 찾는 손님도 드물었다.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씨(64)는 "(과거 황학동에서 노점을 하면서) 더위에 이골이 난 이곳 상인들도 문 닫을 때 되면 몸이 시들시들해진다"며 "건물 전체가 덥고 습한 탓에 오는 손님이 없어 요즘은 월 5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노점을 하던 상인들이 갈 곳을 잃게 되자 2008년 공사비 103억원을 들여 옛 숭인여중 자리에 지상 2층 규모(총면적 7578㎡)의 건물을 세우고 상인들을 이주시켰다. 시장이 조성되면 전통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을 잇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드문,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시설 유지 · 보수,홍보 활동 명목으로 올해까지 3년간 51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현재 하루 점포당 방문객 수는 5.98명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방문객 5000여명 가운데 외국인은 고작 50여명 정도다.

황학동 시절부터 25년 동안 금은방을 해온 홍모씨(54)는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쪼그라든 가게가 대부분"이라며 "방문객 수가 평소 60~70% 수준인 여름엔 점포 문은 열어둔 채로 시장에서 50여m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애초에 개방형 철골 구조로 세워졌기 때문에 에어컨 등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려면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천장에 석고보드 3000장을 덮고 선풍기 40여대를 추가로 설치한 게 전부다. 환기 시설의 개선과 관련된 대책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서울시는 "냉난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개방형 구조로 지은 게 문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입주 상인들과 협의해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냉난방 · 환기 시설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엉터리였다는 지적이다. 공사,유지 ·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애초부터 백화점형 시장으로는 부적절한 건물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주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연구실장은 "(서울시가) 상인들을 급하게 이주시키면서 냉난방과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헌형/김우섭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