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휴대폰 판매가 늘어날수록 재미를 보는 곳은 미국 퀄컴이다. 휴대전화 한 대가 팔릴 때마다 판매가의 5% 안팎을 '기술사용료'명목으로 받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지금까지 퀄컴에 지급한 기술사용료만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식경제부 연구 · 개발(R&D)전략기획단이 총 691억원을 들여 롱텀에볼루션(LTE · Long Term Evolution)모뎀 칩셋과 같은 정보기술(IT)융복합 기기용 핵심부품 개발 사업에 주력하는 것도 앞으로 이런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일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선모뎀연구팀장(사진)이 개발한 3세대 이동통신 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LTE단말모뎀 칩은 LTE 기술 국산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TE는 새로운 통신 규격으로 4세대 통신의 핵심이다. 과거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아날로그 1세대(1G)이동통신 방식에서,디지털 이동 전화 시대였던 2세대(2G)를 지나 144Kbps~2Mbps의 전송 속도로 통신하는 현재의 3세대(3G)에 이르렀다. 이제 업계와 시장은 4세대 이동통신을 얘기하고 있다.

김 팀장이 개발한 모뎀 칩은 주파수를 통해 전송된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도록 만든 핵심 반도체다. 기존 3세대까지 단말기에 사용된 모뎀 칩은 퀄컴을 비롯한 해외 업체들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규업체가 칩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김 팀장이 개발한 모뎀 칩은 단말기 전력 소모량을 줄이면서 수신하는 데이터의 음질과 화질 성능은 더 끌어올려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기술 개발에 대해 "양질의 국제특허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같은 기술 개발이 외국 기업에 지불하는 특허료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