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 매수 사건을 밝혀낸데다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귀국으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지난 6월 부산저축은행 수사결과 발표 당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며 비난을 들었던데다 경찰과의 수사권 갈등으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이래저래 체면을 구겨온 검찰이 모처럼 검찰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곽 교육감 비리를 터뜨리고 나온 것이나 박씨의 돌연한 귀국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절묘한 시기에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곽 교육감의 혐의를 공개한 것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과 이틀 뒤인 26일이었고 10월로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연일 대공세를 펴는 와중에 돌연 28일 박씨가 귀국했다. 검찰이 '국면 전환'에 나섰다고 보는 세간의 시각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검찰 수사가 곽 교육감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또 교육감 후보단일화나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들을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검찰 수사가 정치일정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유독 정치권에서 각종 음모론이 판을 치는 것도 이런 사정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진정 우연이기를 바라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우연이 거듭 되풀이해서 일어난다면 이는 점차 필연에 접근하게 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검찰권의 행사는 객관적 사실 관계만을 좇아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집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치일정을 묘하게 따라 다니게 된다면 모든 범죄를 정치 사건화하면서 얼버무리고 결국은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자들만 좋아하게 된다. 검찰총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공권력 행사 일정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