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 LCD패널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임직원이 퇴직 후 암 · 백혈병 등에 걸리면 10년간 최대 1억원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암 · 백혈병 치료 중에 사망한 임직원에게는 1억원의 위로금을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제도'를 올해부터 추진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방침은 반도체사업장 퇴직 직원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것과 관련,지난 6월 법원이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법원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기업 인바이론의 조사 결과 "백혈병과 근무환경에 과학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하면서,퇴직 후 발병자에 대한 후속 지원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 제도의 지원대상은 2000년 1월1일 이후 퇴직한 반도체 · LCD사업부 임직원으로,재직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재직 당시 회사에서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을 받았고 퇴직 후 3년 이내 암 · 백혈병 등이 발병한 임직원이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백혈병과 림프종 등 조혈기계암만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사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질병의 종류를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상피암 △폐암 △악성중피종 △비강 · 후두암 △간암 △대장암 △피부암 △뇌종양 △방광암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14개로 늘렸다.

이들 질병에 걸린 임직원에 대해선 발병 후 10년간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에 대해 1억원 한도 내에서 실비를 지급한다. 또 발병 이후 10년 내에 사망할 경우에는 위로금 1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무 환경과 암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지만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사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내부 심사를 거쳐 재직기간,직무성격,질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미 퇴직한 발병자에 대해서는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2개월간 지원 신청을 받기로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은 "이번 제도는 암으로 투병 중인 퇴직 임직원에 대해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서 아픔을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며 "비록 질병의 원인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