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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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또 다른 거인'인 인도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종종 간과한다.

인도는 최근 수년간 연 평균 8~8.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7%에서 7.2%로 내렸다. 올 초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8.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봤지만 수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했다.

인도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인도의 자동차 판매와 소매 부문 매출은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건설 부문 매출과 기업의 고정 투자비용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신규 투자도 줄고 있다. 인도의 성장엔진인 투자,소비,정부 지출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2003년 이후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늘리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인도 기업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원자재 값 상승 때문에 이익이 줄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에도 실패했다. 인도의 7월 도매물가지수(WPI)는 전년 대비 9.22% 상승했다. 이번달에는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중앙은행은 물가 억제를 위해 작년 3월 이후 기준금리를 11회에 걸쳐 3.25%포인트 올렸다. 인도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8.0%다. 인도 기업들은 비싼 대출 이자를 갚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는 계속 오름세다.

인도 정치권은 최근 거세지는 반정부 시위에 정신이 팔려 있다. 부패 정치인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치권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철폐,감세 등 경제 관련 법안 개혁은 중단됐다. 계류 중인 경제 개혁 법안에는 소매 부문에 외국인 직접 투자를 허용하고 석유,식품,비료 등에 붙는 보조금을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불필요한 간접세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인도에는 수많은 간접세가 있어 투자와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 인도 정치인들은 산업을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경제 살리기 캠페인도 필요하다. 정부는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을 선별하고 정부 주도로 인프라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는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을 두려워해 지출을 줄이고 있어 중앙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침체가 9개월 이상 지속되면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일 것이고,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건실한 성장을 하겠다던 인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체탄 아야 <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

◆이 글은 체탄 아야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가 '인도의 침체를 막아라(Arresting India's Downturn)'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