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유해 음반' 가리겠다는 여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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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 · 노골적으로 술과 담배를 권장하는 경우에 한정해 청소년 유해음반 판정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
여성부는 지난 29일 긴급 브리핑에서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잇따라 대중가요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리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었다.
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심의기준을 대폭 완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끔 심의제도가 객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음반업계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업계 차원의 자율심의 활성화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여성부는 노래 가사에 술,담배가 포함된 내용이 있을 경우 일단 유해 매체물로 판단해 왔다. 그러나 술,담배가 들어갔어도 유해음반 판정을 받지 않은 곡들도 많다는 사실 때문에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문제는 여성부가 이날 유해음반 판정 기준으로 밝힌 '직접적 · 노골적으로 술과 담배의 이용을 권장하는 경우'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기준이 오히려 더 모호하고 불분명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는커녕 확산시킨 셈이다. 여성부는 "브리핑에선 큰 방향만 제시했고,앞으로 업계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해명은 했지만,막연한 설명이었다.
음반심의위원회에는 작사자,평론가 등 음반업계 관계자들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 1~2명을 추가 위촉한다고 해서 논란이 된 기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여성부의 대안이 실효성이 없다며 음반심의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TV방송에선 반(反)기업 정서나 불륜을 조장하는 등의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와중에 유독 대중가요에 대해서만 엄격한 심의 기준을 고집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물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기능이라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 기능이 또 하나의 규제가 된다는 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여성부는 지난 29일 긴급 브리핑에서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잇따라 대중가요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리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었다.
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심의기준을 대폭 완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끔 심의제도가 객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음반업계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업계 차원의 자율심의 활성화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여성부는 노래 가사에 술,담배가 포함된 내용이 있을 경우 일단 유해 매체물로 판단해 왔다. 그러나 술,담배가 들어갔어도 유해음반 판정을 받지 않은 곡들도 많다는 사실 때문에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문제는 여성부가 이날 유해음반 판정 기준으로 밝힌 '직접적 · 노골적으로 술과 담배의 이용을 권장하는 경우'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기준이 오히려 더 모호하고 불분명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는커녕 확산시킨 셈이다. 여성부는 "브리핑에선 큰 방향만 제시했고,앞으로 업계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해명은 했지만,막연한 설명이었다.
음반심의위원회에는 작사자,평론가 등 음반업계 관계자들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 1~2명을 추가 위촉한다고 해서 논란이 된 기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여성부의 대안이 실효성이 없다며 음반심의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TV방송에선 반(反)기업 정서나 불륜을 조장하는 등의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와중에 유독 대중가요에 대해서만 엄격한 심의 기준을 고집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물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기능이라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 기능이 또 하나의 규제가 된다는 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