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류우익 컴백…남북관계 돌파구 열리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61 · 사진)이 돌아왔다. 이번엔 통일부 장관 내정자 신분이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난 지 3년2개월 만이며 주중대사를 그만둔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5 · 6개각' 때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 대통령은 '회전문 · 측근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막판에 그를 배제했다. 그의 컴백은 적지 않은 상징성이 있다. 강경파였던 현인택 현 장관이 물러나고 류 전 실장이 그 자리를 꿰차면 대북 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힘있는 장관,무슨 역할 하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실세 중의 실세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설계했고,현 정부 조각을 주도했다. 때문에 힘있는 그가 통일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향후 대북 정책이 어떤 흐름을 탈지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시도 끝에 류 내정자를 기용한 것은 대북 정책을 새로운 국면에서 끌고 가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장관의 교체가 대북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사뭇 다르다. 지난달 남북 6자회담 대표가 2년7개월 만에 만났고,북 · 미가 본격 대화 국면에 들어갔다. 또 북한과 러시아가 6자회담 조기 재개 및 남 · 북 · 러 가스관 연결에 합의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남북 관계가 마냥 경색국면으로 가는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류 내정자는 주중대사 시절 남북대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북 정책 변화를 점치는 배경이다.

◆'남북,11월 가스관 협상'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1월 모멘텀설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한국과 북한,러시아가 11월쯤 가스관 사업을 위한 실무 협상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관 사업은 자연스레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여권 일각의 기대다. 가스관 사업을 위해 남북이 마주 앉으면 새로운 형태의 남북 경협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권의 이런 기대대로 흘러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 · 북 · 러가 마주 앉는다 하더라도 대북 수수료 지불 문제,가스관 건설 비용 부담 등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한 연내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과 함께 류 내정자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식/차병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