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30대 그룹 회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여 만의 회동이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화두로 제시했던 공생발전의 취지를 설명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총수들로선 빈손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이 이미 5000억원이란 거액의 사재를 내놓기로 한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압박감이 클 것은 분명하다.

비록 선의에서 출발했고 당부나 협조의 형식을 띠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청하면 기업들은 적어도 면전에서 만큼은 당초보다 투자금액을 늘린 계획들을 줄줄이 내놓게 마련이다. 어떤 기업이든 권력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일만 해도 그랬다. 동반성장 요구에 잇따라 협약을 체결해왔던 기업들이다. 오늘 공생발전 회의가 소집됐으니 회장들은 또 어떤 걸맞은 선물 보따리를 챙겨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결국 모양 갖추기일 뿐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일은 없다 보니 욕만 먹게 된다.

기업은 계산을 하는 조직이다. 투자조차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하다. 항차 자선이나 기부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기부와 자선은 용어의 정의상 당연히 자발적이어야 한다. 자선냄비조차 강제성을 띠게 되면 의욕은 사라지고 만다. 자선을 하라고 총수들의 등을 떠밀고, 그것도 사재를 털어 반강제적으로 기부금을 내라는 모양새가 돼서는 명분도 효과도 잃고 만다. 세금도 아니고 기부를 하라는 것이라면 결코 분위기상으로라도 강제되어서는 안된다.

법치가 사라지고 도덕적 명분이 지배하는 권위주의 사회로 회귀할 수는 없다. 에바 페론이 재력가 부인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먼저 가락지를 뽑는 식의 강제 기부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사활을 걸고 전 재산을 던져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기업가의 본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오로지 투자하고 고용함으로써 공공적 복지를 달성하는 데 있다. 로빈후드나 홍길동이 살아난다고 사회가 발전하는 게 아니다. 기업가는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제 몫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