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사퇴가 지연되면서 후보 매수 관련 궁금증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검찰도 '수사중'이라며 사실 확인에 인색한 가운데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관계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들만 그럴 듯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누가 먼저 7억원 제안했나

곽 교육감 지지자로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상임대표를 지낸 이해학 목사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5월17일 양쪽이 모였을 때 박명기 교수 쪽에서 느닷없이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나중에 합류했는데 얼굴을 붉히면서 난색을 표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교수 측 얘기는 정반대다. 7억원은 물론 서울시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곽 교육감 측이 먼저 제시했다는 것.공직선거법(232조)은 후보를 사퇴시킬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하면 처벌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제안의 선후는 문제삼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가 양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양측이 합의해서 돈이 오갔다면 법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7억원 중 2억원만 준 이유는

올 3월 공개된 곽 교육감의 재산총액은 15억9815만원.교육감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에는 재산이 마이너스 6억8000만원이었지만 선거비용으로 썼던 35억2000만원을 보전받아 재산이 다시 늘었다. 하지만 15억여원 재산도 서울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11억원)와 경기도 일산 아파트(4억4000만원) 등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족 명의로 예금 자산이 9억600여만원 있었지만 부채도 9억5300여만원 남아 있었다. 때문에 박 교수에게 전달한 2억원조차도 외부에서 조달했을 가능성이 적지않다. 곽 교육감은 박 교수의 5억원 추가 지원 독촉에 "아내가 의사지만 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좌익진영 왜 곽노현 밀었나

검찰은 언론브리핑에서 구속수사 중인 박 교수를 "순수하고 영혼이 맑고 명예를 소중히 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측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지난해 6 · 2 지방선거 직전만 해도 박 교수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야권후보 중 1위였다. 곽 교육감은 3~4위에 그쳤다. 하지만 내부경선룰이 바뀐 것이 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 당시 단일화투표에서 경선 기준은 여론조사 50%,범시민추대위 의견 20%,시민공청단 투표 30%였다. 이에 박 교수는 경선 불참을 선언했고,곽 교육감 지지세력은 박 교수에게 사퇴를 종용하면서 대가를 약속했다. 사퇴 중재에 참여했던 김상근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자신이 1위라고 나온 자료를 가져왔는데 진보진영에서는 곽 교수로 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 교수가 대중적인 지명도는 높았지만 '색깔'에서 사회단체들의 신임을 얻지 못한 것이다.

김병일/강현우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