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프리미엄(고급) 제품으로 개발한 '신(辛)라면 블랙' 생산을 출시 4개월 만에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가격이 신라면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데다 가격을 문제삼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위 · 과장광고 결정으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이달 말까지만 생산한 뒤 내달부터는 중단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신라면 블랙 매출이 부진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생산 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측은 신라면 블랙 생산라인을 다른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우골 스프를 추가한 신라면 블랙은 지난 4월 중순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9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 상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6월 하순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그대로 담았다'는 광고가 공정위로부터 허위 · 과장광고로 판정받은 이후 매출이 급감해 이달엔 2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정위가 신라면 블랙의 성분을 조사한 뒤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 등의 문구가 과장됐다며 1억5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린 것이 제품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제품은 3년 동안의 연구 · 개발비,시설투자비 등을 감안할 때 월 50억원 이상의 매출이 2년간 지속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생산 중단으로 신라면 블랙을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해 차기 전략 상품으로 키운다는 농심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고급 라면 수요를 겨냥해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일단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신제품 가격 책정과 관련한 정부의 개입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