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지무브'…장애인이 직접 장애인 보조기구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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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에 일자리…사회적 기업 25시 - (2) 거동 불편한 장애인들의 다리가 되어…
경기도와 손잡고 작년 8월 설립…의료기기 품질인증 획득
품질 좋아 수출상담 줄이어…3년 내 年매출 180억원 목표
경기도와 손잡고 작년 8월 설립…의료기기 품질인증 획득
품질 좋아 수출상담 줄이어…3년 내 年매출 180억원 목표
"일감이 밀려 여름휴가를 못 갔지만 기분은 최고예요. "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진명빌딩.이곳에 자리잡은 장애인용 보조 · 재활기구 전문 제조업체 '이지무브' 공장엔 10여명의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924㎡(280평) 규모의 공장 곳곳에선 자작나무를 잘라 만든 자세유지기와 피난용 휠체어,장애인용 유모차 등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경기도와 손잡고 설립한 국내 첫 장애인용 보조기구 생산 사회적 기업이다.
이미경 씨(44)는 청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봉재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한 직업이 없었는데 이지무브에서 일자리를 얻은 뒤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앞장
전체 직원이 30명인 이지무브에는 이씨를 포함해 장애인 3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경기도농아인협회의 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이곳에 취업했다.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그는 다른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데다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재봉틀을 돌렸기 때문에 봉재 일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며 "이지무브에서 재활센터에 구인공고를 내면서 취업 기회를 잡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사는 그는 "직원들도 다들 친절하고 회사 분위기도 좋다"며 "왕복 한 시간 출 · 퇴근길도 너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는 "나보다 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보조기구를 만든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봉재공 급여와 비슷한 수준인 월 1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김근우 이지무브 이사는 "일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봉재 기술자를 포함해 생산직원 5명을 더 뽑을 계획"이라며 "장애인이나 저소득계층 위주로 채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산보다 품질 뛰어나
이지무브의 사업영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손이나 발이 없는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및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그 상태로 탈 수 있는 복지차를 비롯 △휠체어와 유모차,전동휠체어 제작 △자세를 잡아주는 자세유지기와 같은 시트 제작 등이다.
현재는 장애 아동용 유모차와 기립형 전동휠체어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는 "보조기구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00조원)로 온라인게임 시장(50조원)보다 크다"며 "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장애인용 보조기구 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접하고는 경기도와 제휴,이지무브를 설립했다. 올해로 첫돌을 맞은 신생 기업이지만 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 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국내 바이어 구매상담 3건을 포함해 5건의 미팅을 소화했다. 그는 "다음달 초에는 대만과 말레이시아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 미팅이 잡혀있다"며 "기존 외국 업체들에 비해 가격은 30%가량 저렴하고 품질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무브는 사회적 기업 제품은 품질이 열악하다는 일부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 품질인증인 'GMP'인증도 받았다.
오 대표는 "이지무브 제품은 무엇보다 한국 등 아시아 사람들의 체형에 맞을 뿐 아니라 가격이 싸고 손쉽게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장애아동용 유모차 가격이 170만원으로 수입산(250만~300만원)보다 최대 130만원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이지무브는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30억원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제품 라인업이 완성되고 판매망도 자리를 잡게 되는 만큼 1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무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돼 있어 실효성이 없습니다. 현실적인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의 구매 의무화 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진명빌딩.이곳에 자리잡은 장애인용 보조 · 재활기구 전문 제조업체 '이지무브' 공장엔 10여명의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924㎡(280평) 규모의 공장 곳곳에선 자작나무를 잘라 만든 자세유지기와 피난용 휠체어,장애인용 유모차 등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경기도와 손잡고 설립한 국내 첫 장애인용 보조기구 생산 사회적 기업이다.
이미경 씨(44)는 청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봉재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한 직업이 없었는데 이지무브에서 일자리를 얻은 뒤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앞장
전체 직원이 30명인 이지무브에는 이씨를 포함해 장애인 3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경기도농아인협회의 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이곳에 취업했다.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그는 다른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데다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재봉틀을 돌렸기 때문에 봉재 일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며 "이지무브에서 재활센터에 구인공고를 내면서 취업 기회를 잡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사는 그는 "직원들도 다들 친절하고 회사 분위기도 좋다"며 "왕복 한 시간 출 · 퇴근길도 너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는 "나보다 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보조기구를 만든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봉재공 급여와 비슷한 수준인 월 1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김근우 이지무브 이사는 "일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봉재 기술자를 포함해 생산직원 5명을 더 뽑을 계획"이라며 "장애인이나 저소득계층 위주로 채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산보다 품질 뛰어나
이지무브의 사업영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손이나 발이 없는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및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그 상태로 탈 수 있는 복지차를 비롯 △휠체어와 유모차,전동휠체어 제작 △자세를 잡아주는 자세유지기와 같은 시트 제작 등이다.
현재는 장애 아동용 유모차와 기립형 전동휠체어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는 "보조기구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00조원)로 온라인게임 시장(50조원)보다 크다"며 "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장애인용 보조기구 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접하고는 경기도와 제휴,이지무브를 설립했다. 올해로 첫돌을 맞은 신생 기업이지만 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 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국내 바이어 구매상담 3건을 포함해 5건의 미팅을 소화했다. 그는 "다음달 초에는 대만과 말레이시아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 미팅이 잡혀있다"며 "기존 외국 업체들에 비해 가격은 30%가량 저렴하고 품질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무브는 사회적 기업 제품은 품질이 열악하다는 일부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 품질인증인 'GMP'인증도 받았다.
오 대표는 "이지무브 제품은 무엇보다 한국 등 아시아 사람들의 체형에 맞을 뿐 아니라 가격이 싸고 손쉽게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장애아동용 유모차 가격이 170만원으로 수입산(250만~300만원)보다 최대 130만원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이지무브는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30억원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제품 라인업이 완성되고 판매망도 자리를 잡게 되는 만큼 1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무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돼 있어 실효성이 없습니다. 현실적인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의 구매 의무화 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