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결산 상장회사들이 처음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1분기(4~6월) 실적보고서를 내놨다. 이를 받아본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투자 판단의 잣대가 되는 기본 수치들을 금방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대신 · 미래에셋 · 키움 · 동부 · 메리츠종금 · KTB투자 등 7개 증권사는 제조업체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을 기재하지 않았다. 상품을 얼마나 팔았는지를 나타내지 않은 셈이다.

손해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와 동부 · 현대해상 · 흥국 · LIG 등 5개 손보사는 '영업이익'을 빼먹었다. 투자자들로선 아무리 보고서를 뜯어봐도 1분기동안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들은 보험업종 특성상 영업이익이 보고서 바로 옆칸에 있는 '법인세 비용 차감전 계속사업 이익'과 같아 중복 기입할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두 항목이 같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항의가 많다. '법인세 비용 차감전 계속사업 이익'이란 말을 처음 들어본다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이 같은 혼란이 나타난 것은 IFRS의 회계기준 때문이다. IFRS는 필수 표시항목을 제외하고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재무제표 양식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필수 표시항목은 수익,금융원가,지분법평가손익,법인세비용,중단영업 관련손익,당기순이익 등이다. 매출을 포함해 영업이익을 기재하느냐 마느냐도 기업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은 혼선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주석으로 붙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7개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증권사의 영업수익(매출)은 괜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그동안 총자산,채권인수,주식거래실적,주식발행(IPO),자기자본,영업이익 등 입맛에 맞는 분야를 앞세워 저마다 1등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무정보 항목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보여주게 되면 투자자들로선 투자판단에 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