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4) 주파수 경매와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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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생명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빨리 달릴 수 있는 '좋은 도로'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1.8㎓ 대역의 주파수 경매에서 시초가의 두 배가 넘는,1조원에 달하는 가격에 경매가 성사됐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파수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있어서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빨리 달리려면 그만큼 넓고 상태가 좋은 도로를 가져야 한다. 상대와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한 경매였던 만큼 경매 참여자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경매 결과를 두고 혹자는 과열을 이야기하고,또다른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매는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따라서 간혹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경매는 원론적으로 볼 때 시장원리에 충실한,효율적인 자원배분 방식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경매 방식은 일반적으로 오름 혹은 내림입찰방식과 같은 공개입찰방식과 밀봉입찰방식으로 구분한다. 또한 경매를 한 번에 끝내는가 아니면 승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가에 따라 단일라운드 방식과 다중라운드 방식으로 구분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오름입찰 방식이면서 다중라운드 방식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골동품이나 미술품 경매에 흔히 사용되는 경매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다. 각 라운드에 입찰가격을 공개하고 이보다 높은 가격에 다시 입찰을 시도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각 라운드 후 입찰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경매대상 물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낙찰가가 결정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란 단일라운드 입찰에서 여러 사람이 응찰할 경우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 내서 낙찰을 받은 사람은 항상 평균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셈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여러 사람이 평균적으로 평가한 경매대상 물건의 가격이 그 물건의 실제 가치에 근접한다고 하면 낙찰자는 항상 실제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기고도 지는 것이다.
다중라운드 방식에서는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주파수 경매를 두고 승자의 저주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매대상이 다양하지 않고,입찰자가 극히 적은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구조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경매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1.8㎓ 대역의 주파수 경매에서 시초가의 두 배가 넘는,1조원에 달하는 가격에 경매가 성사됐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파수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있어서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빨리 달리려면 그만큼 넓고 상태가 좋은 도로를 가져야 한다. 상대와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한 경매였던 만큼 경매 참여자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경매 결과를 두고 혹자는 과열을 이야기하고,또다른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매는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따라서 간혹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경매는 원론적으로 볼 때 시장원리에 충실한,효율적인 자원배분 방식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경매 방식은 일반적으로 오름 혹은 내림입찰방식과 같은 공개입찰방식과 밀봉입찰방식으로 구분한다. 또한 경매를 한 번에 끝내는가 아니면 승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가에 따라 단일라운드 방식과 다중라운드 방식으로 구분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오름입찰 방식이면서 다중라운드 방식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골동품이나 미술품 경매에 흔히 사용되는 경매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다. 각 라운드에 입찰가격을 공개하고 이보다 높은 가격에 다시 입찰을 시도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각 라운드 후 입찰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경매대상 물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낙찰가가 결정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란 단일라운드 입찰에서 여러 사람이 응찰할 경우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 내서 낙찰을 받은 사람은 항상 평균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셈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여러 사람이 평균적으로 평가한 경매대상 물건의 가격이 그 물건의 실제 가치에 근접한다고 하면 낙찰자는 항상 실제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기고도 지는 것이다.
다중라운드 방식에서는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주파수 경매를 두고 승자의 저주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매대상이 다양하지 않고,입찰자가 극히 적은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구조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경매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