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기록의 산실' 대우조선…종합중공업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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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14년간 매출 4배로
분리 독립 후 12조 돌파…LNG船 세계 최다 건조
新성장동력 발굴
광구 개발 '토털 솔루션'…해저산업 등 진출 추진
14년간 매출 4배로
분리 독립 후 12조 돌파…LNG船 세계 최다 건조
新성장동력 발굴
광구 개발 '토털 솔루션'…해저산업 등 진출 추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6일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Total)로부터 수천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예정보다 20일 빨리 인도해 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토탈은 대우조선 덕분에 '퍼스트 오일(first oil · 유정에서 처음으로 기름을 뽑아내는 날)'을 앞당길 수 있었고,예상치 못했던 수익금 일부를 대우조선에 돌려준 것이다.
"우리 뒤엔 아무도 없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음으로,양으로 계열사 도움을 받고 있는 데 비해 2000년 대우그룹 몰락 이후 혈혈단신으로 뛰어야 하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그로부터 11년,매출은 3조원대에서 12조원대로 4배가량 늘었고 20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원하면 뭐든 만든다"
지난달 24일 거제 옥포 조선소엔 '텐트 꽃'이 만발했다. 폭우가 쏟아지자 야드 근로자들이 텐트 속에서 용접 작업을 하면서 빚어진 진풍경이었다.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소 특성상 비는 곧 생산성 저하를 의미한다. 올 여름엔 근무일 가운데 절반 가까이 우천이었으니 현장엔 비상이 걸렸다.
악조건 속에서도 대우조선은 올여름 단 한번도 선주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오히려 토탈의 사례처럼 인도 일자를 앞당겨주기까지 했다. 조국희 옥포조선소 생산본부장(전무)은 "한번 대우조선과 인연을 맺은 선주는 이런 모습을 보고 영원한 고객이 된다"고 말했다.
'고객이 원하는 건 뭐든 만들고,고객이 무엇을 원할지도 예측해 만들어 내자.'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슬로건이다. 그렇게 해서 국내 최초,세계 최초,세계 최대의 수식어가 붙은 기록이 수두룩하다.
2004년 세계 최초로 LNG-RV(액화천연가스 재기화 선박)선 수주를 시작으로 2005년엔 세계 최초이자 당시로선 최대 규모인 8000유닛급 자동차운반선 계약을 따냈다. 2007년엔 세계 첫 21만CBM급 초대형 LNG선을 인도했다.
올 들어서도 '넘버원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AP몰러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지난 2월 수주 계약을 따낼 당시만 해도 세계 컨테이너선의 크기는 1만4000TEU급이 최대치였다. 머스크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길 원했다. 연료효율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선박을 크게 만들어달라는 게 요지였다.
국내 조선 '빅3'를 비롯해 중국업체까지 가세한 수주경합에서 대우조선 설계팀은 머스크 본사 호텔 옆에서 밤새 도면을 몇 번이나 고치면서 머스크를 설득해 계약을 따냈다.
머스크 건 외에도 토탈에 인도한 파즈플로어 FPSO도 세계 최대 크기이고,올초 발레에 인도한 40만t급 철광석 운반선 역시 대우조선이 처음으로 제작한 대형 벌크선이다. 지난달 말엔 17만3400CBM급 LNG-FRS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 재기화 설비)를 수주했는데 역시 규모면에서 기존 설비를 뛰어넘었다.
대우조선은 또 고기술 ·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명사인 LNG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건조했고,세계 최초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0척을 인도했다. 조 본부장은 "똑같은 배를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고객의 상상 그대로 선박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대우조선의 생존법"이라고 설명했다.
◆종합중공업 기업을 향해
대우조선은 또 하나의 도전 앞에 서 있다. 종합중공업 기업으로의 도약이 그것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효과적으로 달성하느냐가 대우조선의 미래 관전 포인트다. 남상태 사장이 제시한 2020년 매출 목표는 40조원.작년 매출의 3배를 넘는다.
대우조선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조선 ·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핵심 기자재산업 등으로 진출하면서 비용 누수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우조선은 선박용 엔진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선박에 들어가는 대용량 발전기도 외부에서 조달한다. 현대중공업에서 사오는 기자재만 연간 1조원에 이른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이 '대우중공업'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친환경 선박 엔진을 개발했는데 정작 엔진은 현대중공업이 공급하는 구조인 탓에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이 구상하고 있는 것은 '토털 솔루션'이라는 개념이다.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과 함께 계열사 대우조선ENR을 통해 에너지 광구 개발 능력을 갖춘 만큼 자원 개발에서 플랜트 제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자원 보유국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이 많다"며 "대우조선이 광구 개발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금융까지 컨설팅해주고,광구 개발에 필요한 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저(sub-sea)산업과 해상 풍력도 대우조선이 추진 중인 신사업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원유와 가스를 캐내기 위해선 바다 밑에 장착해야 하는 장비들이 많다"며 "그동안 이 시장을 북유럽 업체들이 독점했지만 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바다 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